4. 태
나는 이 문자를 [태어날 태]로 읽겠다. 그러나 자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해설이 대부분이다.
台
별이름 태/ 나 이/ 기를 이/기쁠 이
여기서 [별이름 태]는 소위 천상열차분야지도류에서 나오는 태미원에 자리 잡은 [삼태성(三台星)]을 말하는 것이다.
그 밖에 천태산(天台山)에서 발원했다는 천태종등 고유 지명등에 쓰이기도 한다.
또는 [이]로 많이 쓰이는데 1인칭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기쁘다], [기르다]의 의미를 갖는 문자가 台 이다.
이는 강희자전이나 현대의 자전류에서 인용한 것이고 허신의 [설문해자]는 대단히 불친절하고 간략하다 할 수 있다.
허씨가 설(說)로 푼 이유는 아마도 입 구(口)에 착안한 이유 때문인 듯 보인다. 단옥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쁘게 말한다]로 풀고 이 때, [기쁘게]의 뜻은 [화목하게]라고 친절하게 부연하고 있다.
허씨를 참고해서 금문과 소전을 보면 입에서 침을 튀기며 기쁨을 주체못하는 형상이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또 다른 금문의 자형을 찾아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먼저 다른 자형들을 보고 시작하자.
동아시아 고문자들은 고작 한 대(漢代)의 중화 지식인들이 그 오리지널러티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믿는다.
위에서 내가 붉은 박스로 강조한 자형을 보면 입 구(口)가 결코 mouth가 아님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口는 여성의 [아기 집]이다.
이 자형은 생명체를 수태하는 상형이거나 혹은 출산하는 상형 또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보인다.
그 것이 무엇이든 우리에겐 [태]이다.
즉, 수태도 [태]이고 출산도 [태]이다. 중화 지식인들은 알 길이 없는 우리말 [태어나다]는
[태를 갖추어 나다.]
여기서 태란 나의 DNA가 말하길 [생명체의 외양과 맵시]이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이 말을 잊지 않았다.
[탯줄], [앞태], [뒤태]
이제, 台를 파자해 보자. 口는 이미 해석했고 厶(사)를 보겠다.
자전을 보면 [(1인칭)나 사] 또는 확장해서 [누구 모]로 읽힌다고 한다. [설문해자]를 또 보자.
사 사(厶) 姦衺也。衺字淺人所增。當刪。女部曰。姦者、厶也。二篆爲轉注。若衺者、
韓非曰。倉頡作字。自營爲厶。
갑자기 [간특함]이 등장한다. 姦은 음란의 의미도 있고 성적인 표현이다. 이는 [태]와 상관이 깊은 것이다. 아마도 허씨는 [태]의 본래 함의에 대한 데이터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추측할만 하다.
고대사회의 건강한 생명들이 생육하고 번성했던 시절의 행태를 姦으로 볼 수 있다. 이해한다.
그러나 동의할 수는 없다.
두 번째 한비(韓非)를 인용하며 자영위사(自營爲厶)라고 풀고 있다. 의역하면 [사적(私的)인 것] 정도가 될 것이다.
허신은 두 가지 키워드 姦과 私로 厶를 풀고 있지만 이 둘을 포괄하는 더 근본적인 함의를 상상해보자.
나는 姦과 私를 厶의 분화된 의미소로 읽으려는 것이다.
분화 이전의 의미소는 무엇일까?
[각 생명체의 개별적 욕망]
이 것이 私이고 또 私를 당대적 시각에서 보면 姦으로 삐딱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서통(六書通)에 나타나는 厶의 자형들은 다음과 같다.
私의 대척점에 있는 공(公)에도 厶가 존재한다. 허신의 설명을 보자.
(公) 平分也。从八从厶。八猶背也。韓非曰:背厶爲公。古紅切
公은 사적 욕망을 잘라서 공평해지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문자를 보자.
빼앗을 찬 (篡)屰而奪取曰篡。从厶算聲。初官切
사적 욕망에 휘둘려 타자의 재화를 빼앗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언제나 [각 생명체의 개별적 욕망] 은 생명의 본능이다. 인간의 역사는 이 본능과의 길항의 역사였다.
그것이 때론 姦과 私로 폄하되기도 하더라고 생명의 탄생은 경이로운 것이고 [기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주체가 바로 [나]이고 나아가 [너]인 것이다.
그리고 생명은 어미의 아기집에서 자라고 보호받고 [양육]받았다.
이런 의미의 분화들이 台의 자전적 의미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台
별이름 태/ 나 이/ 기를 이/기쁠 이
중화 지식인들이 동아시아 고문자를 집중적으로 차용하면서 의미 분화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그 분화를 구분하기 위해 형성과 회의 가차등을 사용하여 새로운 문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台를 모태로 하여 분화된 면면을 대강 살펴보면
怡 기쁠 이 (생명 탄생의 경이)
貽 끼칠 이 (생명과 세계의 작용)
始 처음 시 (잉태)
治 다스릴 치 (물을 생명으로 보면 물길의 운용이 治)
冶 풀무 야 (부풀어 오르는 형상)
笞 볼기칠 태 (잉태와 출산의 신체부위 둔부)
胎 아이 밸 태
殆 위태할 태 (생명의 위태함)
苔 이끼 태 (시원적 생명)
鮐 복어 태 (부풀어 오르는 형상)
颱 태풍 태 (부풀어 오르는 형상)
이들은 모두 [태어날 태]의 뿌리에서 뻗어나간 가지라고 읽힌다. 그리고 그 뿌리는 胎(아이 밸 태)로 뿌리의 흔적을 남기면서 변신을 완성한다.
덕분에 원래의 台는 중화주의자들의 당대적 이념과 부딪치며 본뜻을 영영 잃었다.
어디 잃은 것이 그 것 뿐이랴.
이제, 남아 있는 [별 이름 태]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천문 분야는 물론 고대 천문 분야에 관하여 문외한인 나로서는 접근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관점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고 천문의 유물은 일약 [천상차분야지도]이다.
하늘의 별자리와 그를 해석하는 일종의 관념덩어리가 이 것인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우리 별자리라고 우긴다.
고구려와 고조선으로부터 발원한 주체적 하늘관이 남아있다나 어쨌다나.
내가 보기엔 지랄하고 자빠졌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고조선은커녕 고구려의 하늘관도 없다. 있다면 오직 수천년 중화관에 찌든 이데올로기뿐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12간지로 방위각을 나눈 네이밍을 보라. 제나라, 오나라, 연나라로 시작하는 저들 나라 이름은 전국시대 중원 땅을 포진한 국명이다.
소위 하늘의 천자가 거주한다는 궁전 자미원을 비롯해서 태미원 천시원의 명명들은 중원 중화주의자들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모사해서 별자리의 배열에 맞추어 서술한 것들이다.
도데체 어느 구석에 우리들 주체적 하늘관이 보인다는 말인가?
고대인들이 하늘을 볼 때, 천자의 궁전과 담장을 그리고 천자를 보필할 제신들의 직함을 분배하고 저자거리의 상점들과 거래물품들을 연상했겠는가?
이런 서술 방식은 후대와 와서 현실의 정치체제를 긍정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동원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다. 절대 고대인들의 하늘관이 될 수 없다.
그럼 고대인들의 하늘관은 어떤 모습일까?
견우와 직녀의 애끓는 사랑의 스토리텔링이 오히려 솔직 담백한 고대인의 하늘관과 가까울 것이다.
台와 관련해서 우리의 고대 하늘관의 일면을 품고 있는 귀중한 전승을 만났다.
이름하여 [삼태성 전설]
불행하게도 한반도에는 남아있지 않고 간도와 만주일대의 조선족 사이에 전승되는 것을 채록한 것이란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옛날 흑룡담이라는 큰 늪이 있는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여인이 유복자로 세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 어머니는 아들 삼 형제가 여덟 살 되던 해 십 년을 기약하고 훌륭한 재주를 배워 오라고 집에서 내보냈다.
삼 형제는 각기 흩어져 신기한 재주를 배웠는데,
첫째는 하늘을 나는 방석을 타고 날아다니는 재주를 배웠고,
둘째는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구만리까지를 볼 수 있는 재능을 배웠으며,
셋째는 무예를 익혀 칼과 활의 명수가 되었다.
십 년 후에 삼 형제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하루는 풍폭우가 몰아치더니 해가 없어지고 말았다.
삼 형제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해를 찾아올 것을 명령하였다.
삼 형제는 해를 찾아 몇 년을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고 스승을 찾아가서 상의한 뒤
또 스승의 스승을 찾아가서야 비로소 흑룡담에 사는 한 쌍의 흑룡이 해를 삼켰기 때문임을 알아내었다.
삼 형제는 곧바로 방석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흑룡과 싸우기 시작하였다.
흑룡은 매우 흉포하였으나 삼 형제와 그들 스승의 협력으로 해를 삼킨 흑룡을 활로 쏘아 해를 토해 내게 하였다.
두 마리의 흑룡은 삼 형제에게 패해 달아나다가 한 마리는 흑룡담으로 피하여 숨고 또 한 마리는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지상에서는 해를 되찾아 환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삼 형제의 어머니는 살아남은 흑룡이 언제 다시 해를 삼킬지 알 수 없다며 삼 형제에게 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해를 지키라고 하여 삼 형제는 하늘에 올라가 삼태성이 되었다.
≪조선족민간고사선 朝鮮族民間故事選≫(1985)·≪삼태성≫(1983) (요약)
연길현의 박정희(朴正姬)가 구술한 것을 1962년 김명한(金明漢)이 채록
우리 민족 사이의 전승에서 삼태성은 중화주의자들의 하늘관과 달리 천자의 경호장군이 아니다.
그들은 한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서],
세상을 떠돌며 여러 스승을 만나고 세상에서 새로 [태어나고],
하늘의 해를 되찾는 임무로 [태어나서]
흑룡과 처절한 싸움을 한다.
그 후 인간계의 평안을 위해 하늘의 별로 [태어나는]
끊임 없는 [태어 남]으로 삶의 의미 확장을 꾀하는 우리 신화다.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그 형태마저 누더기가 되었고 신화적 화소를 다 잃고 그저 그런 전설로 남아있으나 이런 것이 진짜 절절한 고대의 하늘관이지 않겠는가.
우리의 선조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삼태성의 삶과 투쟁을 전승하면서 다음날 아침 발해만에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았을 것이다.
삼태성의 실제 위치는 다음과 같다.
서양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큰곰자리]에서 곰의 발치에 빛나는 세 쌍의 커플 별들이다. 저렇게 두 별이 가깝게 포진하는 세 쌍의 별들이라면 아마도 위에 인용한 전승은 우리가 잃어버린 스토리가 9할 이상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세 쌍둥이가 여성이었든 혹은 남성이었든 삼태성의 구조로 보면 아마도 각기 짝을 만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그려진다.
우리의 잃어버린 신화와 반하여 중원의 기록을 보자.
《周禮·春官·大宗伯司中註》司中三能,三階也。
《疏》武陵太守星傳云:三台一名天柱,上台司命爲太尉,中台司中爲司徒,下台司祿爲司空,史漢皆作三能。
상태, 중태, 하태로 명명하고 그들에게 작위를 수여하고 그 것으로 끝인 이 따위 중화적 권력 분봉 놀음에 더 이상 흥미를 느낄 수는 없다.
도저히...
이런 이유등으로 중원이 서술하고 있는 하늘은 台를 창작한 집단의 하늘과 DNA가 다르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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