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술과 전립선

수미심 2015. 8. 6. 15:33

술과 전립선

연말이 다가오면서 술과 전립선염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전립선염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과음 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왜 그럴까? 안타깝게도 이에 관한 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 필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술과 전립선염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예방법을 제시해 본다.

술은 신장(콩팥)에서 소변을 많이 만들어내게 한다. 평소 신장은 소변의 양을 조절하면서 몸속에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과음을 하면 이런 수분의 균형과 상관없이 많은 양의 소변을 만들어 내게된다. 따라서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소변의 양이 많아지고 결국은 탈수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그 다음날은 소변이 매우 적어진다. 술이 가지고 있는 특성중 또 하나는 감각신경을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방광은 어느 정도 소변이 차면 '소변이 마려운'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데, 과음후에는 이러한 신호의 전달이 어렵게된다. 따라서 만취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특징적으로 방광이 소변으로 팽팽하게 차있게 된다.

응급실에 술취한 사람이 싸움을 한다음 소변을 보지 못하여 실려오면 십중팔구는 방광파열이다. 방광이 풍선처럼 팽만된 상태에서 배에 충격이 가해지면 방광은 쉽게 복강내로 터져 버린다. 경험있는 의사는 말만 듣고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흔하다. 방광이 복강내로 터지면? 응급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술을 마실 때 자주 화장실에 가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어기있다.

술이 전립선에 미치는 영향은 음주당일과 그다음날로 구분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전립선염환자는 대개 회음부근육의 긴장도가 높다 (항상 조여있다). 소변을 보기위해서는 회음부균육이 완전히 이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잘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전립선염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립선에 통증이 있으면 주위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게된다. (잘 이해가 안가면 응급실에 가서 맹장염(충수염) 환자의 나무처럼 단단한 배를 한번 만져보라)

음주당일에는 앞서 설명한 이유로 방광이 쉽게 늘어나게 된다. 우리 몸에는 반사작용이라는 것이 있는데 방광이 팽만되면 회음부근육이 수축되는 것이 바로 그중 하나이다. 즉, 소변을 참을수록 회음부 근육은 자신도 모르게 꽉 조여지는 것이다. 소변이 아주 많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가서 바지를 내리면 바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것이다.

평소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소변을 전혀 볼 수 없는 '급성요폐'라는 상태가 되어 응급실 신세를 져야한다. 이와같이 방광이 팽창되면 전립선염의 특징중 하나인 회음부 균육의 긴장이 악화되므로 당연히 전립선염의 증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 그 다음날 상태를 보자. 그 전날의 탈수로 인하여 소변의 양이 아주 적어진다. 우리몸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의 양은 항상 일정하지만 음주 후에는 오히려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틑날 아침 소변은 각종 노폐물의 농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러한 소변은 전립선요도를 자극하거나 심한 경우 전립선도관을 통하여 역류하여 심한 증상을 초래하게 된다. 과음에 의하여 전립선염의 증상이 악화되는 기전은 이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물론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취하지 않을 정도)이 도움이 되겠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고 있다. 자 그럼 어차피 술을 많이 먹어야 할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첫째는 술을 먹는 동안 소변을 자주 보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소변이 마려울 때까지 기다리면 안된다. 이미 감각이 많이 둔해진 상태이므로 요의(소변을 보고싶은 욕구)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한 두시간에 한번씩 비록 소변이 마렵지 않아도 자주 화장실에 가야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의 소변이 나오는 것에 놀랄 것이다.

두 번째는 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술좌석이 끝난 후에 음료수나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러면 그다음날 소변이 과농축되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숙취의 가장 큰 원인인 탈수를 방지함으로써 이튿날 찾아오는 두통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된다고 해도 대개 서너일 후에는 증상이 회복되므로 좌욕 등으로 조절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 절대로 피해야되는 일은 전립선염이 재발했다고 다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연말연시 환우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오늘은 과 송년회식이 있는 날이다. 필자도 애주가중에 한사람이라서 먼저 시범을 보이기로 한다.

2001년 12월 21일 보라매병원 연구실에서 박문수(현 선릉탑 비뇨기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