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형마트의 말장난 같은 홍보전략 때문에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값 할인뿐 아니라 덤으로 주거나 대용량 포장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도 흔히 있지요. 취재팀은 대형마트 3곳에 주부들과 함께 나가 장을 봤습니다. 그런데 대용량 제품이 오히려 낱개 제품보다 비싸거나 할인행사 전에 가격을 미리 올리는 등 소비자들에게 착시현상을 주는 함정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구동회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입니다.
900ml 식용유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만천2백원. 그런데 원래 하나에 5450원 팔리던 제품입니다.
하나를 더 주기는커녕 오히려 정가보다 3백원 더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박미라/한국소비자교육원 : 2개 묶어서 더 비싸게 파는 거죠. 하나 더 준다고 광고는 하고.
소비자가 현혹되기 딱 좋은 거지.]
대용량 포장 제품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참치캔 150g 짜리 3개 묶음에 7150원입니다.
반면 캔 하나는 2380원에 살 수 있습니다.
3개 묶음이 10원 더 비쌉니다.
이번엔 인스턴트 커피 코너로 가봤습니다.
커피를 사면 다이어리와 보온병을 공짜로 주는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포에 포장된 커피 용량이 다릅니다.
그램당 가격은 선물이 들어있는 제품이 더 비쌉니다.
[박미라/한국소비자교육원 : 이게 무상으로 주는 줄 아는데 알고 보면 이 가격이 어느 정도 포함되었다고 보면 되죠.]
균일가 행사를 하고 있는 인근의 다른 대형마트입니다.
3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막대 과자, 언뜻 싸 보이지만 다른 대형마트에서 5백원 더 저렴하게 팔고 있습니다.
'특가인 듯 특가 아닌' 유통업체의 가격 장난에 '호갱님'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을 합친 단어인데 비싸게 물건을 산 소비자를 말합니다.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꼼수에 가격을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불가리스(닉네임) : 제가 필요했어요. 싸게 사고 싶은데 일일이 적을 수 없는 노릇이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제가 컴퓨터 전공을 했으니까.]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인터넷 대형마트 사이트에 접속해 봤습니다.
하나 덤으로 주는 행사로 샤워젤을 만5천원에 팔고 있습니다.
저렴하게 산 줄 알았는데 원래 하나에 68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던 제품입니다.
1+1 행사 2주 전에 만 5천원으로 반짝 가격을 올려놨다가 슬그머니 할인한 듯 파는 겁니다.
소비자는 지금 물건을 사면 오히려 천4백원을 더 주고 사는 겁니다.
[불가리스(닉네임) : 생각보다 공산품 가격 변동이 심하더라고요. 공산품이 공장에서 계속 찍어내는 거기 때문에 계절이나 시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한 유제품은 오늘만 특가 상품인 듯하지만 알고봤더니 두 달 동안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준영 교수/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 가격 자체를 올렸다가 마치 세일하는 것처럼 판매하는 것은 기만적인 판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건 소비자 관점에서 위법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의 허위 과장 광고 등 위반행위를 단속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인터넷 쇼핑몰에 가격변동추적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투명하게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김시월 교수/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 기업도 사회적인 책임 측면에서 스스로 협회를 조성해서 가격에 대한 평가, 서로에 대한 채찍을 가해야 합니다.]
마케팅은 점차 고도화되는 반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가격 정보는 한정된 상황.
소비자가 다양한 정보를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