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과하지욕(跨下之辱)

수미심 2017. 9. 12. 06:44

‘과하지욕(跨下之辱)

사타구니 과 · 아래 하 · 갈 지 · 욕 욕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간 치욕. 이보다 더 큰 치욕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회음(淮陰)의 도살부 중에 한신(韓信)을 모독하는 자가 있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몸집이 크고 칼을 차고 다니기를 좋아하지만, 마음속엔 겁이 가득하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믿고 한신을 모욕하여 말했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를 찔러 봐라.

죽는 것이 두려우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

한신은 그를 잠시동안 쳐다보다가 몸을 굽히고 그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갔다. 시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신을 비웃으며 겁쟁이라고 여겼다.

(淮陰屠中有侮信者, 曰, 若雖長大, 好帶刀劍, 中情怯耳.
衆辱之曰, 信能死, 刺我. 不能死, 出我袴下. 於是信孰視之,

俛出袴下, 蒲伏. 一市人皆笑信, 以爲怯.)」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데,

한신이 불량배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다는 말에서 ‘과하지욕’이 유래했다.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도
쓰며, 원문에 쓰인 대로 ‘과하지욕(袴下之辱)’이라고도 쓰고

 ‘과하수욕(袴下受辱)’. 胯의 훈과 음은 ‘사타구니 과’ ‘사타구니 고’의

두 가지이며, 跨는 ‘넘을 · 사타구니 과’, ‘걸터앉을 고’의 두 가지이고,

袴는 ‘바지 고’, ‘사타구니 과’의 두 가지이다. 후에
한신은 초왕(楚王)이 된 후,

옛날 자기를 모욕했던 불량배를 데려다가 중위(中尉)에 임명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참모 셋이 있었던 덕이다. 그중 하나가 백전백승의 장수 한신이다.

한신은 서양의 알렉산더나 나폴레옹에 비견할 명장이지만 이런저런

고사(故事)로도 유명하다. 젊은 시절 한신이 큰 칼을 차고 다니는 걸 보고 동

네 불량배들이 시비를 건다.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며 일부러 욕을 보인다.

한신은 태연하게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다. 사람들은 겁쟁이라 비웃는다.

그러나 한신은 수모를 받아들인다.

훗날의 큰일을 위해 당장의 분함을 참는 것,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 한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엊그제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북핵 대응과 관련한 심정을 한 주간지 기자의 글을 인용해 소개했다. 그 글에는 '문 대통령은

지금 굴욕을 감내하면서 북한과 맞서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다. 기는 것뿐 아니라 미국이 짖으라고 하는

대로 짖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돼 있다. 표현이 너무 저속해 화제가 됐다.

한국이 '기고 짖는 나라냐'는 비판이 많았다. 

[만물상] 과하지욕(跨下之辱)
▶김 의원도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 대북 압박 등에 대해 골수 지지자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고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시민 단체들은 "박근혜 정권과 한 치 차이도 없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 의원이 해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김 의원은 "대통령을 신뢰해 왔다면 '왜 지금 저런 행보를 할까' 한번 더 생각해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이 소개한 글의 나머지 부분을 보니 '김정은은 ICBM 완성하고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 미군 철수를 둘러싼 흥정을 벌일 것' '북한이 이런 스케줄대로 가고 있고 미국과 중국도 못 말리는데 우리가 무슨 방법으로 대화로 해결한다는 것이냐'는 등의 내용도 있었다. 북이 핵 보유를 마쳤는데도 '햇볕'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한 내용이다. 상식적 얘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이런 상식적 생각을 하게 됐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도 햇볕론자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부딪힌 안보 현실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랐을 것이다. 지금 북은 우리 5000만 국민을 향해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 하고 있다. 한신은 기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은 그럴 수 없다.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의 방패가 돼주길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1/20170911027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