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대 남성들 “‘권모술수 권성동’ 회자 현실

수미심 2022. 7. 21. 08:55

20대 남성들 “‘권모술수 권성동’ 회자 현실…정부, 심각성 모르는 듯”

등록 :2022-07-21 05:00수정 :2022-07-21 07:39송채경화 기자 사진

윤 대통령 지지 철회 9명 ‘카톡 방담회’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핵심 지지층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18~29살의 ‘긍정’ 평가는 한때 약 50%까지 올랐다가 23%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대선 당시 10명 중 6명(58.7%,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꼴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20대 남성이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대구·경북에서도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처음으로 50% 밑(46%)으로 떨어졌다. <한겨레>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서울 거주 20대 남성 9명과 ‘카카오톡 방담회’를 열어 그 이유를 들어봤다. 18~19일 대구·경북 유권자들도 만나봤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윤석열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으로 꼽히던 20대 남성들의 ‘변심’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열린 ‘카카오톡 방담회’ 창에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달 동안 쌓여왔던 불만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방담회에 참여한 20대 남성 9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고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같아서”(이기혁·22·대학생),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적인 국정운영을 하리라고 봐서”(최재우·19·대학생) 찍어줬더니, “남 탓, 전 정부 탓 하는 건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정민규·20·대학생)고 비판했다.
 
20대 남성들의 ‘역린’을 건드린 키워드는,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었다. “‘이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이냐’란 말이 실망감을 대표한다고 봐요. 한번 한 탄핵, 두번은 못 할까라는 의견이 점점 나올 거 같아요.” 노진우(19·대학생)씨의 이 말에선 기대했던 만큼, 더 커져버린 실망감과 걱정이 뒤얽혀 읽혔다. 이런 걱정은 비단 노씨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김철민(24·직장인)씨도 각종 인사 참사와 당내 갈등 등 정부·여당의 실책을 지적하며 “갓 출범한 정부인데 이러다 광화문에 사람들 모일까 두렵다”고 했다. 방담회 참여자들의 이름은 가명 처리했다.
“7급 해달랬는데 9급”…헛웃음만
 
20대 남성들이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느끼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건, 장관 인사와 대통령실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아빠 찬스’, ‘사적 채용’ 논란이었다. 박원기(23·대학생)씨는 “민간 회사, 대학 학생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바로 보직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데, 현 정부가 이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논란을 다루는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태도’는 이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박씨는 “‘7급 해달라고 했는데 9급이었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은 집권 여당과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들의 인식이 그대로 보이는 거 같아 실망을 넘어 헛웃음이 나왔다”며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 ‘권모술수 권성동’이란 말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우씨도 “(권 대행이 사적 채용 된 직원이) ‘최저임금보다 10만원 더 받는다’며 국민을 가르치려고 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조국 사태 당시에 분노하던 국민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하던 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일부 참여자들은 대통령실 별정직의 채용은 ‘관례적으로 주변인의 추천에 의해 이뤄졌다’는 여권의 설명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기혁씨는 “선거캠프 안에서도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못 받는 대우를 (일부만) 받기에 불공정하다”며 “(극우) 유튜버의 누나, 고액 후원자 등 배경에 비해 능력을 입증할 근거가 없는 이들을 사전에 검증하지도 않은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방담회 참여자들은 인사 문제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서도 ‘불공정’을 읽어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층 빚 감면(채무 조정)’ 정책에 대해 “‘본인이 돈벌려고 하다가 망한 걸 왜 구해주냐’ 라는 의견이 있다”(노진우)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 정책이 원금을 감면해주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며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진 데 따른 것이다. 송호인(20·대학생)씨는 “빚투(빚내서 투자) 탕감은 절대 공정이 아니”라고 말했고, 노진우씨도 “정책은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과연 빚투 탕감이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어스테핑과 김건희도 ‘리스크’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은 이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지만, 윤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 발언 등이 도리어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 속에 계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의견이 엇갈렸다. 심민기(21·대학생)씨의 생각은 “정부·여당의 입장과 어긋나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대통령이 국정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준다”며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장선호(23·대학원생)씨는 “지금은 오히려 없는 논란도 만드는 모양새”라며 “지금 같은 태도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철민씨는 그래도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 민생문제, 외교문제 등 쉬지 않고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한다”며 “그래도 도어스테핑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들은 또 김건희 여사가 ‘지인 동행’ ‘팬클럽을 통한 사진 공개’ 등 상식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최재우씨는 “대선 때 (허위 학력 논란 등에) 직접 사과하며 윤 대통령 집권 이후 광폭 행보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최근에 드러나는 문제점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기씨는 “외교순방(나토 정상회의) 때 한국문화원 방문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은 영부인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식 행사에) 지인과 동행하는 행동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쳐내기’ 배후에 ‘윤핵관’ 의심
이들 대부분은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온 이준석 대표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며, 최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은 승리로 이끄는 한편, 공격적 서진정책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광주에서 국민의힘 역대 최대 득표율(12.72%)을 거두는 데 일조했는데, 그 공을 인정하기보단 “징계 과정에서 토사구팽”(이기혁)했다는 것이다.이들은 해당 결정에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이 당권을 잡기 위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압력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장선호씨는 현재 이 대표에 대한 경찰의 ‘성 상납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공정과 상식을 외친다면서 여당 당 대표를 근거도 없는 의혹만으로 징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심민기씨는 “선거에서 이긴 것도 청년층의 지지 덕분인데 (윤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는 (병사 월급 200만원 등) 공약 파행, 이준석 대표 쳐내기 등을 하는 등 기존 기득권층과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기혁씨도 “(이 대표를 통해) 세대교체라는 이미지를 홍보했는데,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원래 국민의힘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동조했다. 한발 더 나가 “이러다가는 2년여 뒤 총선에서 ‘윤핵관이 개입했다’ ‘좌지우지했다’란 말이 나올까 걱정”(김철민)이란 말까지 나왔다.다만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해서도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 패싱 등 때로는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박원기)는 평가도 나왔다.한 가지 더, 이들 눈엔 이 대표와 종종 비교되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다소간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비치는 듯 했다. 청년들의 정치권 입문이 무척 어려운데 “그 과정 다 패스하고 낙하산 인사로 비대위원장 자리까지 오른 사람”(장선호)이란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전당대회 피선거권 없음’ 결정에도 불구하고 출마 선언을 강행한 데 대해서도 “원칙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기 시작한다면 원칙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최재우), “출마 제한은 합당”(이기혁)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만 소모하고 내친 이재명 의원과 민주당의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최재우)은 이들에게도 비판 대상이었다.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