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냐"…'가해남학생' 쏙 빠진 인하대 총학 입장문의 전말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캠퍼스 안에서 발생한 동급생 성폭행 사망사건에 대해
입장문을 내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21학번 학생이 혼자 비대위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롱을 멈추고 가해자에 집중하자"며 여론이 뒤집히고 있다.
지난 16일 인하대 홈페이지 '인하광장' 게시판에는 '[총학 비대위 입장문]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비대위는 "어제 15일, 가슴 아픈 참사가 있었습니다. 겨우 20살,
아직 꽃피우지 못한 우리의 후배이자 동기였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입니다"라며 "그렇게 어제 15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겨우 20살,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라고 적었다.
비대위는 "비통합니다. 정녕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까?"라며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과 끝없는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합니다"라고 추모했다.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엄숙히 추모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뿐이라 송구스럽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덧붙였다.
입장문이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같은 학교 학생인 가해자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누리꾼들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왜 외면하냐", "안 쓰니만 못한 입장문", "감성팔이하냐", "소설 쓰는 줄 알았다" 등 거세게 비대위를 비난했다.
이후 총학생회 비대위 운영에 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인하대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비대위가 꾸려져 총학생회 업무를 대신하는 상태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역시 사퇴하면서 수석국장 권한대행을 맡은 21학번 여학생이 홀로 총학생회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하대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도 관련 글이 게재됐다. 한 재학생은 "이 학생 혼자 입장문을 작성한 것이고, 이리저리 정신없을 것 같은데 글마저 완벽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나친 비하는 자제하고 성별 편 가르기, 지역 비하 등 싸우지 말고 명복을 비는 게 피해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한 누리꾼은 "아직 경찰 조사도 안 끝난 상황에서 학교 이름 걸고 내는 글에 가해자를 언급하기엔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며 "추모하는 글이고 피해자를 2차 가해하며 상처 주는 글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죽자고 달려 드냐"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학교나 비대위에 대한 비난거리 그만 찾고 가해자에 집중하자", "입학한 지 1년 된 학생인데 혼자서 고생이다", "애꿎은 사람 좀 괴롭히지 말자. 비대위가 잘못해서 학생이 죽은 게 아니지 않느냐", "적당히 좀 하자. 누가 보면 범죄 옹호라도 한 줄 알겠다",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누구한테 화살 돌리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인천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인하대 1학년 남학생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시쯤 교내 단과대학 건물 3층에서 동급생 여학생을 성폭행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으며, 17일 오후 3시 30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