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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1호기 "전용기가 택시도 아니고.."

수미심 2022. 7. 16. 11:42

윤건영도 못 타본 

이완 기자 입력 2022. 07. 16. 10:23 댓글 791
말끝마다 전임 정부 빗대는 대통령,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의원에게 현 정부에 대해 물어보니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좌석이 제한돼 장관이나 특별수행원도 타기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에서 열린 첫 다자외교 무대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데뷔를 마치고 돌아온 뒤, 민간인 ㄱ씨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ㄱ씨는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대통령비서실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그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스페인 일정 사전답사단으로도 활동했다.

대통령 부부의 동선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의 동선까지 국가기밀 사항을 민간인에게 노출하고,

일정을 짜달라고 부탁한 셈이다.

민간인이 대통령 순방 일정을 사전답사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53)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022년 7월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물었다. 윤 의원은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타게 해달라는 장관들의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다”면서 “나도 청와대 생활을 8년(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포함) 했지만 한 번도 못 타봤다”고 했다.

국가기밀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데 민간인이 간여?

대통령 국외 순방 때 사전답사단과 선발대는 어떻게 구성되고 무슨 일을 하는가.

“사전답사단은 일종의 정상외교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한다. 본국에서 생각했던 정상외교가 현장에서 가능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만찬 장소를 A로 정했는데, 현장에 가보고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그 자리에서 B로 바꾸는 것이다. 사전답사단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통령실 직원으로만 보통 10명에서 15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선발대는 (대통령 일정 전) 최종 마무리를 하고 행사 직전까지 최종 점검하는 일을 한다.”

대통령실은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에 대해 “행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했다. 민간인이 사전답사단에 낄 수는 없나.

“대통령 일정은 국가기밀 사항이다. 국가기밀 사항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민간인이 끼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정상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ㄱ씨가)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아서 데리고 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럼 미국을 방문할 때는 미국에서 제일 오래 산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민간인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는데 사전답사단과 선발대로 다녀왔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제대로 일했다면 민간인의 국정농단이고,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면 국민 세금으로 호화 여행을 시킨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하고 구속시킨 게 윤 대통령이다. 이게 맞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는 것 같다.”

사전답사단을 결정하는 것은 외교부 의전장인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인가.

“당연히 의전비서관이 결정한다. (순방은) 외형상으로 외교부 장관이 주관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실이 결정하는 것이다. 사전답사단 명단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도 보고될 것이다. 당연히 (이원모 비서관의 부인은) 비서실장의 결재를 받았을 것이고, 윤 대통령은 몰랐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비서실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누가 민간인을 데려가라고 시켰는지 밝혀야 한다.”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공적 영역 인식 문제

대통령실에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다시 만드는 게 해법이 될까.

“제2부속실은 이미 내용적으로 있다. 김건희 여사가 대표를 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이 대통령실에서 일하지 않나.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제2부속실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그것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대통령) 해보니 만들어야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인데 이른바 ‘똥고집’ 때문에 사과를 못하는 것이다. 봉하마을에 민간인을 데려가서 문제가 됐을 때는 많은 사람이 시스템의 문제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아니라 인식 자체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일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선 오로지 검사들밖에 안 보인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렇게 되면 상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한쪽으로 힘 쏠림이 심할 수밖에 없어 그 누구도 안에서 ‘노’라고 이야기를 못할 것이다. 대통령 순방 외교가 동네 계모임이 아니지 않나. 공군 1호기가 택시도 아니고, 타고 싶다고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이 낀 것에 ‘안 돼요’라는 말을 누구도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취임 두 달 만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기 시작했다.

“다른 대통령들은 (집권 뒤) 2년 걸리는 것을 두 달 만에 해냈다.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집권 초반이 정부가 일하기 가장 좋은 때다. 자기만의 어젠다를 추진하면서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시기다. 그런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건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결코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정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원인은 태도의 문제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우니 당장 성과를 내보라는 것도 있겠지만 국민이 보는 건 국정에 대한 태도다. 국민은 ‘인사 실패’라고 이야기하는데,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를 보라’고 딴 이야기를 하고 말끝마다 ‘전임 정부 흠집 내기’로만 몰아가니, (국민이) 이 정권의 태도가 온당하냐는 판단을 한다고 본다.”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까지 나갈까

윤석열 정부가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살인 혐의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겠다는 것도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북한몰이’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해 총감독을 (대통령실) 안보실이 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이라든지 군, 합참, 해경은 일종의 배우이고. 최소한 (문재인 정부에) 흠집을 내겠다는 생각은 있고,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