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윤대통령에게도 했다는 말.."토끼는 한꺼번에 잡아야"
"규제개혁에서 토끼 한마리를 잡자고 이 토끼 잡자, 저 토끼 잡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솔직히 잘 안 될 것 같습니다.
지방활성화라든가 경제안보라든가 여러가지 문제와 섞어서 푸는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일인 13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종합규제개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규제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4대 그룹 현직 회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뒤 규제개혁과 민관협력, 글로벌 공급망 현안 등에 대해 경제계 대표단체 수장으로 거침 없는 목소리를 냈다. 올 하반기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겹악재를 두고 이날 600여명의 기업인이 위기극복 방안에 머리를 맞대는 제주포럼을 주최한 자리에서도 최 회장은 평소 구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부분을 전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정부가 해야 할 과제가 상당히 많은데 건건이 하기는 어려우니 한꺼번에, 토끼를 몇 마리 잡을 수 있는 생각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통합적인 형태의 정책을 생각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 원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민간의 아이디어를 가미하게 되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잡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도 말씀드렸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어찌 보면 시간을 좀 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현재까지는 빠른 속도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빨리 문제가 해소되기를 바라지만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며 "물가가 올라 임금상승 압력을 같이 받는 게 장기적으로 제일 어려운 과제인데 기업 중에서도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특히 중소기업 쪽에서 훨씬 더 어려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투자계획에 대해선 "지난해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문을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 맞아 조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만 "투자가 밀려서 지연되기는 하겠지만 (투자를) 안 할 계획은 없다"며 "골이 깊어지면 힘들겠지만 숱한 사건과 얘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쇼크도 또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있는 많은 기업 중에 그래도 대한민국의 체질이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로 짜여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좋든 싫든 중국이 상당히 큰 시장인데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이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발전과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부각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 문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업인에게 선처를 많이 해 주십사 해왔다"며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이런 부분을 좀 더 풀어줘서 기업인의 활동범위가 더 넓어지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선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살릴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고 얼마나 삶을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인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며 "ESG는 무조건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