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도 결국 3억원 하락, 똘똘한 한 채도 못버텨
폭풍전야, 서울 부동산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본격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을 알아봤다.
◇압구정도 못버티고 가격 하락
서울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마포·성동 등 강북 인기 주거지를 거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로 강남3구는 버틸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고 있다.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고 집값 조정 국면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실거래가 하락 사례가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 전용면적 157㎡ 5층 매물이 최근 55억원에 거래됐다. 6월 19일 현대 6차 같은 면적의 역대 최고 매매가(58억원)보다 3억원 낮은 것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거래는 인근 업계에 큰 회자가 됐는데, 공인중개사를 낀 거래여서 가족간 증여성 목적의 특수 거래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 오던 중이었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압구정 현대만큼은 각 집마다 빌딩 급의 ‘똘똘한 한 채’로 주목받으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외에 경기 침체 우려와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걱정이 더해지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가격도 결국 수억원의 하락 사례가 나왔다.
다른 하락 사례도 많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전용 121㎡) 는 5월 33억7000만원에 팔려, 직전 최고가37억원보다 3억원 이상 내렸다. 이 아파트에선 전용 164㎡에서도 42억5천만원(47층)에 거래되며, 지난달 6일 기록한 최고가 43억5천만원(46층)보다 1억원 내려갔다.
또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해 8월 기록한 최고가23억원보다 1억6000만원 낮은 21억4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전용 128㎡)은 38억5000만원에 팔려, 5월 직전 최고가(41억40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내렸다.
◇잠실선 수억 하락 부지기수
송파구에선 최고 인기 아파트로 통하는 엘스(5678가구), 리센츠(5563가구), 트리지움(3696가구)에서 수억원씩 가격이 내려간 실거래가가 등장하고 있다. 잠실동의 이 세 아파트는 줄여서 ‘엘리트’라 불리면서 송파 집값을 주도해 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잠실 트리지움 전용면적 84㎡ 매물이 지난 5월 초 21억8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24억5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내린 가격이다.
이번에 팔린 매물은 4층이고, 작년 9월 신고가 매물이 18층인 것을 감안해도 큰 격차다.
이 단지는 고층 매매가격도 꽤 내려갔다. 5월 중순 26층과 22층 매물이 각각 23억원에 거래된 것이다.
작년 9월 가격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내린 것이다.
주변 리센츠와 엘스에서도 이전 최고가보다 3억~4억원 내린 가격이 등장하고 있다.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경우29층 매물이 최근 22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 26억5000만원(17층)보다 4억원 급락한 것이다. 또 엘스에선 전용면적 84㎡ 11층 매물이 23억5000만원에 팔려 직전 최고가 27억원(!4층)보다 3억5000만원 내렸다.
이밖에 잠실의 또다른 대단지 아파트인 레이크펠리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9층 매물이 22억3000만원에 팔려 이전 24억8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내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넷째 주부터 6주 연속 내림세고, 강남구는 4주 연속 보합(0%)을 유지하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강남 3구 마저 거래 침체와 매수 수요 감소로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가격 조정이 꽤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다른 전문가는 “최근 실물 경기 악화로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단기간 주택 매수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