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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도 뚫렸다..'폭풍전야' 부동산 시장

수미심 2022. 6. 21. 17:35

송파도 뚫렸다..'폭풍전야' 부동산 시장

김경민 입력 2022. 06. 21. 17:21 댓글 78
 
잠실·강동 아파트 매매가 4억 '뚝뚝'
금리 인상, 대출 규제에 매수세 끊겨

지난해 내내 급등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올 들어 경기도 주요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도심, 강남권 신축 아파트마저

도미노처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찬바람이 부는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의왕이다. 의왕 아파트값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신설 기대감으로 지난 한 해에만 38% 뛰면서 전국 시군구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젊은 층 외지인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주요 단지마다 매매가가 2억~3억원씩 떨어지며 매수세가 뚝 끊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삼호 전용 84㎡ 실거래가는 9억원 수준.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12억원)보다 3억원 낮다. 인덕원숲속마을5단지 전용 101㎡ 역시 11억7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 최고가 14억원보다 2억원 넘게 하락했다.

의왕에 이어 지난해 집값 상승률 2위(37.26%)를 기록한 시흥시도 투자 열기가 사그라졌다. 시흥 배곧동 한라비발디캠퍼스3차 전용 85㎡는 최근 6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신고가(8억3000만원)보다 2억원 낮은 금액이다. 이 단지는 2018년 준공한 입주 5년 차 새 아파트인 데다 1304가구 대단지인데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시흥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GTX 개통 기대에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다급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지만 매수세는 별로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황을 모르던 ‘철옹성’ 서울 아파트 시장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노원, 도봉 등 외곽 지역뿐 아니라 송파, 강동 등 강남권 아파트 가격까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서울서도 미분양 아파트 단지 속출

용산 초고가 고공행진…양극화 심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최근 14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최고가(20억원) 대비 5억2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 84㎡ 매매가도 26억5000만원에서 22억5000만원으로 4억원 낮아졌다. 송파구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전용 84㎡의 경우 올 초 매매가가 23억7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최근 21억40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떨어졌다.

‘로또’ 열풍이 거셌던 서울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360가구로 3월(180가구) 대비 2배 증가했다. 일례로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90% 이상인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는 아니지만 서울 시내 청약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건설이 공급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도 139가구 모집에 1120명이 신청해 평균 8.1 대 1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는 덕분에 매번 대규모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서울 인기 브랜드 청약 물량도 고전하는 모습이다. 한화포레나미아는 앞서 4월 초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328가구 모집에 2374명이 신청해 7.3 대 1의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부는 것은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여파로 매수세가 끊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지만 대출이 쉽지 않아 매수자들이 주택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당분간 집값이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에서는 집값이 일시적인 조정을 겪은 뒤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8326가구로 지난해 하반기(1만4095가구) 대비 40% 이상 감소한다. 원자재 대란, 조합원 분양가 갈등 여파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주춤하면서 2024년 입주 물량은 1만1881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민간 공급이 위축되는 양상이다. 서울 공급 물량이 감소하면 집값이 또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대통령실 이전 호재로 용산구 집값은 우상향곡선을 그리는 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린 강남권 단지도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7㎡는 최근 135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실거래가(117억원) 대비 무려 18억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는 올 4월 57억원에 팔려 신고가(43억8000만원) 대비 13억2000만원 뛰었다. “수도권 외곽 집값은 하락하고, 서울 강남·용산 등 인기 지역은 고공행진하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