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부산 먹튀기업’?…세계 최고 마천루 20년 넘게 헛말
기공식 당시 롯데는 “1조2천억원을 들여 현존하는 건축물 가운데 가장 높은 건축물을 5년 내 짓겠다”고 했다. 부산시민들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 계획대로 2005년에 들어서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1만8천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연간 150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생긴다는 부산시 발표에 환호했다. 안상영 당시 부산시장은 기공식 직후 “제2 롯데월드 건립(계획)에 감사하다”며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는 5년은커녕 20년 남짓 흐른 현재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는 진척이 더뎠고, 시설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축소됐다. 시민들이 반발하고 부산시가 행정 제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롯데는 지난 2일 부산시와 “2025년까지 67층 320m 높이의 부산롯데타워 완공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 반복되는 약속 파기
이에 롯데는 공유수면 1만450㎡의 매립이 끝난 2009년 6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매립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숙박시설보다 고가 분양으로 현금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아파트가 더 남는 장사라고 롯데가 판단했다는 뜻이다. 시민단체들은 ‘관광·유통시설’로 허가를 받아놓은 뒤 용도 변경 신청을 하는 건 특혜이며 “공유재인 바다를 사유화하는 것”이란 논리로 롯데를 비판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도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그해 7월 아파트 건립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에 롯데는 2013년 11월 지하층 공사만 마친 상태에서 숙박시설 공사를 중단했다. 대신 백화점과 마트, 아쿠아리움 등 수익성이 높은 판매시설 3개를 2009~2014년 순차적으로 완공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들어선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4조~5조원대의 누적 매출(아쿠아리움 매출 포함)을 올렸다. 부산시민단체들이 “3개 판매시설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처를 하라”고 촉구했지만 부산시는 1~2년 간격으로 판매시설 3개의 임시사용(영업)을 계속 허가했다. 영업을 정지시키면 3천여명의 종업원이 실직하고 하청업체들의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5년 부산참여연대 등이 ‘나쁜 롯데 개혁 시민운동본부’를 만들어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2019년 1월엔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에서 ‘롯데 퇴출 원도심 주민 결의대회’를 여는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진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