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몰린 노·도·강 비명.. 거래 80% 줄고, 1억 낮춰도 안팔려
정순우 기자 입력 2022. 06. 18. 03:05 수정 2022. 06. 18. 07:35 댓글 113개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시장에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수요가 가장 풍부한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최근 2~3년 사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활발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은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되면서 매물이 쌓이고,
직전 최고가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내림세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매매 심리가 악화되면 서울이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주택 수요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뉴스1◇금리 인상 직격탄? 매물 늘고 가격은 ‘뚝’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1298건으로 한 달 전(1168건)보다 11.1% 늘었다. 노원구(5231건) 역시 한 달 사이 아파트 매물이 10.7% 늘었다. 마포구(11.4%)를 제외하면 이 두 곳이 서울에서 가장 매물이 많이 늘었다.
노·도·강 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강남이나 강북 한강 변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2020년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탓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는 물론,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 두려는 ‘패닉 바잉’ 수요까지 몰린 영향이다. 2020~2021년 노원구 아파트 값 상승률은 17.7%로 서울 내 1위다. 도봉(13.4%)도 서울 평균(11.3%)을 앞질렀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높은 집값과 금리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올 들어 5월까지 노·도·강 아파트 거래량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가격도 하락세다.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0.17% 떨어졌는데 노원(-0.5%), 도봉(-0.39%), 강북(-0.47%)의 하락 폭이 서울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마·용·성 중에서는 용산 아파트 값만 0.31% 올랐고 마포(-0.37%), 성동(-0.17%)은 떨어졌다.
노·도·강의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20% 가까이 급락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노원구 하계동 A아파트 27㎡(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6일 3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10월 기록한 최고가(4억7200만원)보다 8700만원 떨어졌다. 비율로 따지면 18.4%가 한 번에 빠진 것이다. 도봉구 도봉동 C아파트 49㎡도 작년 10월 최고가(5억2000만원)보다 11.5%(6000만원) 떨어진 4억6000만원에 이달 거래됐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문의는 비교적 꾸준한 반면, 매매 문의는 거의 없다”며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광고가 붙어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에 금리 인상 우려가 더해지며 수요가 급감, 서울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가격은 하락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뉴스1◇대출 규제 풀려도 수요 회복 어려워
정부는 지난 16일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기존 40%에서 80%로 높이고 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청년층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때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와 보유세 경감 정책이 매매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절대적인 집값 수준이나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당장 매수세가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LTV를 80%까지 풀어줘도 생애 최초 구입자라는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고 DSR 규제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라며 “이번 대출 규제 완화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아직까지는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워낙 크고 금리 추가 인상 이슈도 있어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동안 집값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