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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7% 땐 월 290만원 갚는다..영끌족 '하우스푸어' 공포

수미심 2022. 6. 17. 08:21

금리 7% 땐 월 290만원 갚는다..영끌족 '하우스푸어' 공포

김원 입력 2022. 06. 17. 05:00 수정 2022. 06. 17. 05:55 댓글 71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마이너스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이모씨는 2020년 말 13억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고, 신용대출과 회사 임직원 대출 등을 끌어모아 1억원을 더 마련했다.

2% 중반대 변동금리(6개월)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은 이씨는

아파트 구매 당시만 해도 원리금으로 한 달에 200만원가량을 부담했다.

하지만 최근 주담대와 신용대출 적용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으로 월 30만원 정도를 더 내고 있다.

그는 요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금리도 더 오를 것이란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치솟는 물가에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15일(현지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밟은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다음 회의(7월 27일)에서도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이나 '자이언트 스텝'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하며 지난주(-0.01%)보다 낙폭이 커졌다. 3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4%로 하락 폭이 커졌고, 강북(-0.01%)과 도봉구(-0.02%)는 각각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하락 전환되는 등 '노·도·강' 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원은 "기준금리 인상 및 추가 가격 하락 우려로 관망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매물 누적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성사되는 등 약보합세가 지속하며 서울 전체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약화해지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조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934건으로 일주일 전보다 1.7% 늘었다.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직전과 비교하면서 매물이 15%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150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901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6월 거래는 245건에 불과하고 도봉·종로구에선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4%대인 주담대 금리는 연말까지 7%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올해 1~4월 평균 매매가격인 12억8582만원에 사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한도(9억원까지는 40%, 이후 초과분은 20%)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4억3716만원이다. 이때 주담대 금리 하단인 4%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09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5.5%로 오르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48만원(18%), 금리가 7%로 오른다면 291만원으로 39%나 증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은행권에서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0.5%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직방]


지난해 전국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약 419만원) 대비 서울 아파트 월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금리가 연 4%일 때 평균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리가 연 7%까지 상승할 경우 월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평균 소득의 62%로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 패닉바잉(공황 구매) 붐 때 주담대와 함께 신용대출 등을 끌어모아 집을 구매한 '영끌족'이다. 원리금 부담이 더 커지는데, 집값까지 하락한다면 이른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금리가 올라갈수록 지역 간, 세대 간, 소득수준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소득 수준이 낮은 '영끌족'의 고통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