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인 2022.04.21 10:00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 3월7일 달러당 139루블로 전쟁 이전과 비교해 40% 이상 폭락했지만,
지금은 달러당 85루블로 거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서 제재에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을 줄였고, 미국 국채를 파는 대신 중국 국채를 사들였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에도 대비해 달러 결제 무역 비중을 줄였고,
23개 러시아 은행을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에 연결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취한 대표적인 조치를 꼽는다면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는 국가들에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었다.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하루 약 5억 유로에 달한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실패한 것일까.

루블화 가치 전쟁 이전으로 회귀, 왜?
미국은 자국에 예치된 러시아 보유 달러를 전부 압류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전체 외환보유액은 약 6400억 달러지만, 이 중 3000억 달러는 지금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은 어떤 나라든 미국에 예치해 놓은 달러를 갑자기 찾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위험한 선택이다. 달러화 자산 압류는 미국 스스로 달러 본위제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를 수출하고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이란의 사례도 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지켜본 일부 국가는 무역 대금을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받으려고 재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 우위의 은밀한 감소(The Stealth Erosion of Dollar Dominanc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앙은행들의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71%에서 2021년에는 59%로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달러 패권의 종말론이 다시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 감소와 막대한 재정적자,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연준이 풀어놓은 8조 달러 역시 종말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