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7㎝, 류현진 부활의 열쇠
[그래픽] 위기의 괴물 진단
주무기 체인지업 낙폭 완만해져
타자들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아
공 강타비율 3년새 12%p 치솟아
김상윤 기자입력 2022.05.03 03:00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빅리그 10년 차에 위기를 맞았다. 그는 2022시즌 첫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7과 3분의 1이닝 11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패전은 겨우 면했으나 팀은 두 경기 모두 졌다. 결국 지난 4월 1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등판 이후 왼쪽 아래팔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그는 조만간 빅리그에 복귀할 전망이지만, 떨어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선발 자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구위 떨어지며 강한 타구 증가
데이터상으로 류현진의 구위는 지난 몇 년간 점점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그의 직구 구속은 2019년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다. 컷 패스트볼, 커브 등 다른 구종도 스피드가 떨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성공을 이끈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상하 낙폭이 지난 4년 동안 매년 줄어들었다. 변화가 적어지면서 타자가 대응하기 쉬워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대한 타자들의 헛스윙률이 2년 전까지는 30% 안팎이었는데, 2021시즌에 5%p가량 떨어졌고 올 시즌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 위력과 반비례해 상대 타자들의 타구 속도도 빨라졌다. 평균 타구 속도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데, 특히 시속 약 152.9㎞(95마일) 이상 타구를 가리키는 ‘하드 히트’ 비율이 2019년 30.8%, 2020년 29.2%에서 2021년 41.6%, 올해 42.9%로 크게 늘었다. 타구가 빠르면 수비 대응이 어려워져 그만큼 안타를 많이 내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후반기다. 그는 전반기에 17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14경기 평균자책점이 5.50으로 치솟으면서 6승 5패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이물질 투구 단속이 강화된 시점과 부진이 시작된 시점이 겹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불거지는 부상도 변수
2013년부터 LA 다저스에서 뛴 류현진은 데뷔 첫해와 코로나 사태로 단축 시즌이 치러진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5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두 시즌을 날렸다.
그럼에도 복귀 후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미국 무대에서 계속 살아남았다. 2019년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른 그는 2020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블루제이스 구단은 류현진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며 4년 8000만달러(약 1014억원) 거액을 안겼다.

류현진은 블루제이스 입단 첫해인 재작년 리그 정상급 좌완으로 군림했으나 둘째 해 두 차례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부상 부위가 지난 몇 년간 다쳤던 부위(엉덩이나 목, 사타구니)가 아니라 공을 던지는 왼쪽 팔뚝이란 점이 우려를 키운다.
◇복귀 후 ‘1+1 선발’ 될 수도
류현진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지 2주 만인 지난 1일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라이브 피칭은 타석에 타자를 세워놓고 실제 경기 때처럼 공을 던지는 훈련이다. 찰리 몬토요 블루제이스 감독은 “류현진은 이날 3이닝을 던졌고,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을) 떠났다”고 했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에서 한 차례 재활 등판한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곧바로 선발로 등판할지는 불투명하다. MLB닷컴은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을 로스 스트리플링과 함께 ‘피기백(piggyback)’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피기백은 목마 타기라는 뜻으로, 선발투수 두 명을 한 경기에 차례로 내보내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흔히 ‘1+1 선발’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류현진이 선발로서 한 경기 긴 이닝을 오롯이 책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총 171경기 중 단 한 차례만 구원 등판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다저스 시절 동료이기도 한 스트리플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우완 투수다. 부상으로 이탈한 류현진을 대신해 3경기에 임시 선발로 투입돼 평균자책점 2.77로 호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