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文 양산사저에 '철쭉 울타리'.."

수미심 2022. 4. 9. 08:38

文 양산사저에 '철쭉 울타리'.."햇빛 가린다" 옆집 이웃 뿔났다

위문희 입력 2022. 04. 09. 05:00 수정 2022. 04. 09. 06:52 댓글 4442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 대통령 퇴임 일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가림막이 철거되는 등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사저 주위를 따라 조경용 꽃과 나무를 심는 작업도 시작됐다.

그런데 사저 경계와 맞닿은 일부 가구에서 조경 공사로 인한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야를 차단하고 햇빛을 가리는 크기의 나무가 심어질 경우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 경계와 맞닿은 A씨 자택. 파란색 가림막(사진 뒤쪽 가운데) 너머가 문 대통령 사저 부지다.
A씨 자택은 장독대를 향해 방 2개가 있고 창문도 있다고 한다.
사저와의 경계를 구분하는 콘크리트 담장이 세워지면서
장독대와 자택에 햇빛이 들지 않게 됐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사진 A씨 제공
A씨 자택 우측에서 바라본 문 대통령 사저(빨간색 네모 안). A씨 제공

문 대통령 사저 경계와 60m 맞닿은 이웃


다음은 문 대통령의 사저 부지와 자택이 약 60m가량 맞닿아 있는 A씨의 설명이다. 대통령경호처는 A씨 측에 경계를 따라 설치된 콘크리트(최저 1.2m~최고 2.6m 높이) 담장 안쪽(사저 기준)으로 이팝나무, 굴거리나무, 후피향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A씨 자택의 우측 부지가 문 대통령 사저의 경호동 건물과 붙어있다.

문제는 이 나무들이 다 자라면 수고(樹高)가 콘크리트 담장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수고란 지표면에서 수목 상단부까지 수직 높이를 가리킨다.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팝나무는 수고가 최대 25m, 굴거리나무는 3~10m, 후피향 나무는 7m로 검색된다.

A씨 측은 “담장이랑 집이랑 붙어 있다 보니까 수고가 높은 나무를 심으면 햇빛이 하나도 안 들게 된다”며 “나무를 심어야 한다면 수고는 담장 크기 이상 안 올라오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집 뒤에 있는 장독대에서 하늘을 올려다봐도 이미 콘크리트 담장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A씨 자택 주변에 설치된 가장 낮은 높이(1.2m)의 콘크리트 담장. 차폐 목적의 나무가 없어도 사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A씨 측 설명이다. A씨 제공
A씨 집 주변에 둘러진 문 대통령 사저의 콘크리트 담장. 단층인 A씨 자택 옥상에서 찍은 사진. A씨 제공


사저 이웃 “나무 키 크면 햇빛 안 들게 돼”


A씨 가족은 증조부 때 평산마을에 터를 잡았다. 1997년 지금의 집터에 단층 짜리 집을 지어 거주해왔다. 원래 문 대통령 사저 부지는 모두 밭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 내외는 2020년 4월 2630.5㎡(약 795.6평) 규모의 해당 부지를 사비로 10억 6401만원에 매입했다. 취임 전 살았던 양산시 매곡동 사저가 경호 요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성장하면 전지 작업도 하고 가지치기 작업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전정할 때 주간을 자르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고는 계속 자라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경호처가 지난 2월 8일 공고한 조경 공사 입찰서에 따르면 총 28종의 수목 4360주가 사저 안팎에 심어질 예정이다. 경호처는 이팝나무는 수고 3.5m짜리 10주, 굴거리나무 수고 2.5m짜리 15주, 후피향나무 수고 3.0m짜리 10주를 요구했다. 공고상 수고만으로도 콘크리트 담장 높이를 넘어선다.

현장 관계자는 A씨 측에 “공고에 나온 수고를 바꾸긴 어렵다”며 “나무마다 성장하는 속도를 감안하고 간격을 유지하면서 심을 거다. 빽빽하게 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팝나무. 사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경호처 “담장 높이는 대신 수목 배치”


경호처의 조경 공사 입찰 공고엔 5개 업체가 참여해 지난달 23일 3억 3591만 3900원을 써낸 업체가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식재 공사와 관련해 위 비용이 소요되는 이유로 “담장을 높이는 대신 차폐(遮蔽) 차원의 수목 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고에 따르면 산철쭉이 1480주로 가장 많았다. 문 대통령 사저 주변엔 담장 대신 ‘철쭉 울타리’가 세워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던 이유다.

경호처는 본지에 “양산 사저와 인근의 경호시설물은 주변 주택 뒤편에 자리잡고 있다”며 “주택이 남향인 상태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 및 차폐 등의 용도로 식재하는 수목이 주민의 일조권과 조망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