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추미애 갈등 당시 대검 앞 풍경 재현
김 총장, 법무부에 ‘검찰권 확대’ 입장 전달

김오수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 100여개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늘어섰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검찰총장 임기를 지키면서 윤 당선인 관련 수사를 해 달라는 취지이다.
여권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 주도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대검 앞에 화환 100여개가 설치됐다. 화환 리본에는 “윤구수(사법고시 9수 만에 합격한 윤 당선인)는 김오수가 잡는다” “법대로 끝까지 임기 채우세요” “본부장(윤 당선인 본인·부인·장모) 비리 수사 기소 바랍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김 총장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 시절 연이어 법무부 차관을 지내 여권과 가까운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검 앞 화환 행렬은 2020년 10월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을 때 풍경과 닮았다. 추 전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윤석열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당선인의 지휘권을 박탈하자 대검 앞에 윤 당선인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200여개가 놓였다.
김 총장의 사진을 윤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벽보와 합성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패러디 벽보’도 인터넷에 퍼졌다.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대통령에 당선된 윤 당선인을 희화화한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진을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벽보와 합성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패러디 벽보’.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김 총장이 윤 당선인과의 대립을 피하며 ‘새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검은 오는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 “일반 형사부의 직접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검찰권 확대를 주장하는 윤 당선인의 입장과 같다.
김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 내부의 일반적인 의견을 따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5월 검찰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직제개편을 추진할 때도 김 총장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총장은 지난해 6월1일 취임사에서 “직접수사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후 검찰 내부에서 직제개편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대검 부장회의를 거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김 총장은 윤 당선인 측의 자진 사퇴 요구에 일단 선을 그었다. 김 총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면 검찰 내 힘의 중심이 그쪽으로 급격히 쏠릴 공산이 크다. 김 총장은 대선 전 주변에 “누가 당선되건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