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차 1292대 피해' 성 재블린, 전쟁의 흐름을 바꾸다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는 '성스러운 재블린(St. Javelin)'이라는 밈이 유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신형 탱크 조차 재블린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러시아군 전문가 바벨 펠겐하우어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재블린, NLAW 등 대전차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서방의 대전차 미사일 앞에 탱크가 무력화되면서 러시아가 어쩔 수 없이 시가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피해를 분석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 오릭스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4배 가량 많은 탱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오릭스는 러시아군이 지금까지 탱크 214대를 포함해 전투차량(vehicle) 1292대를 잃었다고 추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이 입은 피해는 탱크 65대 포함 총 343대라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군에서는 러시아의 전차 피해 규모가 오릭스가 추산한 것보다 더 크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에는 현대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대전차 미사일이 제공됐다.
영국만 해도 스웨덴과 합작해 개발한 대전차 미사일 NLAW 3615기와 발사장치를 보냈고 독일도 1000대의 대전차 무기를 보냈다. 노르웨이가 대전차 무기 2000기, 스웨덴이 5000기를 보냈고 미국은 재블린을 얼마나 보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1년 재블린 발사장치 10기와 미사일 763기를 구매하는데 1억9030만달러를 지출했다.
재블린과 NLAW는 탱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상부를 공격한다. 재블린과 NLAW는 또 소위 '격발과 망각의 미사일(fire and forget missiles)'이라고도 불린다. 우크라이나군은 재블린과 NLAW를 발사한 뒤 곧바로 현장을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러시아군에 격발 위치가 노출돼 반격당할 위험을 줄여준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도 소련 시대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대전차 무기도 생산했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대전차 무기는 재블린이나 NLAW에 비해 정밀하지 못 하지만 대부분 전차 공격에는 효과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펠겐하우어는 대전차 미사일에 당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1973년 중동에서 벌어진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이 대응했던 전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욤 키푸르 전쟁은 제 4차 중동전쟁을 일컫는다. 이집트와 시리아군이 유대교의 중요한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일)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욤 키푸르 전쟁으로 불린다.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이 승리했지만 이집트는 초반 효과적인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을 위기 국면으로 몰아붙였으며 제 3차 중동전쟁 때 뺏긴 시나이 반도를 되찾기도 했다.
펠겐하우어는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집트가 새롭게 확보한 당시 최첨단 대전차 미사일로 효과를 봤으며 이에 이스라엘은 탱크를 뒤로 물리고 보병을 앞세워 대전차 미사일을 무력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러시아는 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 용병을 모집한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예비전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가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 소재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러시아가 고용한 용병과 증원병이 이번주 키이우 인근에 모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이우시는 15일 특별 통행증 없이 발견되는 사람은 러시아군 관련자로 간주할 것이라며 경계 태세를 높였다.
반면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로렌스 프리드먼 전쟁학부 교수는 최근 블로그에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눈에 띌 만한 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치밀한 시가전을 대비했고 러시아군은 시가전에 투입되는 것을 꺼리고 있어 러시아군 지휘부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협상 타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예상했다.
펠겐하우어는 "도시를 공략할 때 중요한 것은 그저 폭탄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수비군이 충격에 빠져있을 때 보병을 도시 내로 진입시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이 과연 도시로 진입시킬 만한 충분한 보병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따진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펠겐하우어는 현재 러시아군의 장성들 거의 모두가 시리아 내전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이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 전투기가 알레포와 홈즈 등 주요 도시를 폭격한 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 했으며 이후 2년간 결론이 나지 않는 포위작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펠겐하우어는 당시 러시아가 시가전이 가능한 시리아 특수 부대를 양성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고 진공 폭탄을 사용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진공 폭탄은 현재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펠겐하우어는 러시아군이 언 땅이 녹아 러시아군에 유리해지는 봄이 오기 전에 시리아에서 썼던 전략을 사용할 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러시아군 전차 부대에 유리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크라이나군이 전력을 모으고 강화하는데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2주째 포위전이 이어지고 있는 마리우폴 사수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리우폴이 점령되면 마리우폴 병력이 키이우나 오데사 공격에 투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