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힘차게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황어'를 아시나요
최훈 입력 2022. 03. 12. 01:27 댓글 2개“이른 봄,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황어’를 아시나요?”
백두대간 준령에서 긴 겨울을 지나고 눈녹은 물이 하천을 따라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이맘때,
어린 연어가 바다로 떠난 강원도 양양남대천을 비롯한 동해안 하천에는 또다른 생명들로 넘쳐난다.
바로 ‘황어(黃魚)’다.

‘황어’라는 명칭은 몸통 옆쪽으로 황금색 줄이 선명해 붙여진 이름인 듯 하다.
황어는 그 색깔은 ‘황금색’이되 이름에 걸맞는 대우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물고기이다.
백과사전에 “황어는 몸길이 약 45㎝의 잉어목 잉어과 물고기로 대부분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다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 불교의 관음성지로 불자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양양 휴휴암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물고기 떼도 바로 이 황어다.
하지만 하천에서 황어는 3, 4월 동안만 잠깐 만날 수 있을 뿐이다.

황어는 은어, 연어 등과 같은 회귀성 어종이지만 회귀량이 워낙 많아 개체수 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화를 통한 치어 방류도 울산 태화강 등에서만 일부 진행되고 있을 뿐,
다른 하천에서는 별반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다.
양양의 별미 ‘뚜거리탕’으로 유명한 일부 식당에서는 3, 4월 황어철에 맞춰
새콤달콤한 회무침으로 내놓기도 하지만, 맛도 ‘별로’라는 평가를 받으며 잘 잡지도 않으니
궂이 ‘어린 황어’까지 생산해 방류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2년째 개최하지 못했지만 양양군은 매년 가을 ‘연어축제’를 개최해
‘연어의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양군은 가을 연어축제와 함께 봄철 남대천으로 소상하는 황어를 관광자원화한다는 목적으로 10여년전 ‘제1회 양양황어축제’를 개최했다.
이 황어축제는 맨손잡이 행사에만 1000여명이 참가하는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이벤트, 먹거리, 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양황어축제’는 원년행사를 끝으로 마감됐다.
당시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어축제가 일회성 행사로 끝난 것은 ‘군단위’축제가 아닌 ‘읍사무소’가 주관해 열리다 보니 운영인력 부족으로 행사진행이 어렵고, 이벤트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각종 문화예술 행사의 체계적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해 출범한 양양문화재단이 이러한 ‘황어’에 관심을 갖겠다고 나섰다.
이른 봄, 양양 남대천에 어린 연어를 방류하는 행사와 함께 벚꽃이 만개한 남대천 둔치와 연계해 새로운 생태체험 축제로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황어’를 통해 생태자원 소중함과 생명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높은 프로그램의 탄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