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나면 '애물단지' 쏟아진다..4210억원 대선의 두얼굴
정종훈 입력 2022. 03. 09. 09:00 수정 2022. 03. 09. 09:19 댓글 24개
길거리에 내걸린 현수막, 후보 알림용 벽보, 한 표를 행사할 투표용지….
선거 하면 떠오르는 상징들이다. 선거 때마다 사용되는 수많은 물품에는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가 수반된다. 대부분 일회성으로 쓰인 뒤 버려지기 때문이다. 세금 421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대선도 환경에 역행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회용 비닐장갑이 사용된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부터 도입된 비닐장갑은 한번 쓰고 버리면서 환경 오염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장갑을 만들고 폐기할때 에너지 손실과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어서다.
선거용 비닐장갑, 서울·부산 31번 왕복 길이

지난 5일 사전투표에 참여한 직장인 최모(37·서울 마포구)씨는 "투표소 입구에서 선거 사무원이 건넨 일회용 비닐장갑을 무심코 썼다. 하지만 쓰레기 봉지에 수북히 쌓인 장갑들을 보니 잠깐 쓰고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장갑 대신 투표 후 손 씻기로 환경 보호와 코로나19 예방이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 소독과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만으로도 투표소 방역이 충분하니 장갑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다. 다만 9일 오후 6시 이후에 따로 투표하는 확진 유권자는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해 일회용 장갑을 써야 한다.
대선·지선 홍보물, 일회용 컵 5억여개 쓴 셈

더 많은 후보자가 나서는 6월 지방선거에선 훨씬 많은 홍보물이 쓰인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선 2만77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동일한 양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3개월 간격으로 펼쳐지는 올해 대선, 지선 공보물과 현수막 등을 합치면 2만8084t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5억4000만개를 사용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썩지 않고 재활용 어려운 현수막 '애물단지'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개선할 의지가 별로 없다. 종이 공보물이나 플라스틱 현수막 등을 없애거나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기약 없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녹색연합이 이달 초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전자 공보물 도입, 현수막 사용 금지' 시행 여부를 물었더니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 현수막을 사용하겠다고만 밝혔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유권자가 특히 기억해야 할 점도 있다. 기표되지 않고 의미 없이 폐기될 투표용지도 커다란 자원 낭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유권자 4400만여명의 투표용지(100장 기준 두께 1cm)를 모두 쌓으면 4400m에 달한다. 이를 한 줄로 이어도 1만1880km로 서울~뉴욕 거리다.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세로 27cm 종이 한 장이 지닌 가치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종훈 기자 sak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