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단일화' 안철수, 尹 승리하면 총리·인수위원장 등 유력
박소연 기자 입력 2022. 03. 03. 15:52 수정 2022. 03. 03. 15:56 댓글 400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후보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안 대표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안 대표는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 국무총리 등 주요 직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팀(One Team)'을 선언하며 발표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 대표와 협치와 협업을 통해 국정운영을 함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인수위원회 구성과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고, 정파에 관계 없이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직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추진한다.
이번 단일화는 명시적 조건이 없는 단일화로, 전적으로 양측의 신뢰관계에 의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어떤 합의 문서도 이면합의도 없다는 것이 양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섣불리 안 후보의 차기 역할을 거론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오만하게 비칠 수 있어서다. 다만 윤 후보가 대권을 잡을 경우 국민통합정부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 대표가 총리나 인수위원장 등 중책을 맡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안 대표는 이날 단일화 발표 공동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행정 업무'를 거론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10년간 저는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제가 의원으로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아니겠나.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중도 사퇴에 실망했을 지지자들을 향해 "죄송함을 전한다"며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제 실행력을 증명해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는 안 대표가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에서의 차기 진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3지대 국회의원과 당 대표로서 이루지 못했던 뜻을 차기 정부에 입각해 실행해 보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무협상 전면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의 차기 정부에서 역할과 관련해 '총리'를 직접 거론했다. 이 본부장은 "어쨌든 선거 결과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공동정부가 만들어지면 양대 축이지 않나. 두 분이 공동정부의 대주주"라고 표현했다.
이어 "한 분은 당선되면 대통령이 되시는 거고 다른 한 분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어떤 영역을 책임질 것인가, 그것이 총리가 될지 아니면 다른 영역이 될지는 그때 상황에서 두 분이 편하게 논의하시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윤 후보가 권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안 후보가 내가 해보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인데 후자가 우선이겠다"며 "어제 합의된 정신과 취지는 안 후보께서 하는 것은 다 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안 대표가 향후 이준석 대표와 공동 당 대표를 맡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가운데 이 본부장은 "오늘 두 분이 말씀하신 건 통합 정부에 방점이 찍혀 있고 합당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조치"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인수위와 행정부, 정당 세 가지 논의사항 중 공동 정부를 구상하기 위한 인수위, 행정부와 관련해 중점적으로 역할 분담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임명된 사례를 고려할 때 안 대표가 직접 인수위에 참여해 국정 운영 구상에 적극 개입한 뒤 총리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당과 관련해서는 안 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힘 정강정책 등에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제가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대중정당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권을 잡을 경우 공동선언문에 명시한 국민통합정부를 이행하기 위해선 안 후보에게 총리를 제안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며 "후보 성격상 합의문을 쓰지 않았더라도 선거 후 신의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