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두 개 나란히 맺혀 붙은 이름…
‘봄까치꽃’으로도 불려요, 큰개불알풀
봄기운이 비치는 늦겨울 양지바른 길가에서 작고 푸른 꽃을 일찌감치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큰개불알풀’인데요.
꽃이 진 뒤 열매가 두 개로 나란히 붙어 맺히는 특징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큰개불알풀의 꽃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르게는 1월부터 봄소식을 전하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우리말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돼요. 이해인 시인이 시 ‘봄까치꽃’에서 “반가워서 큰 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중략)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이라며 꽃이 핀 풍경을 묘사해 이름이 더욱 알려졌지요.
이 식물은 땅에 붙어 발목 높이보다 아래로 낮게 자랍니다. 꽃도 1㎝ 미만의 손톱만 한 크기로 눈에 잘 띄지 않아요. 하지만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앙증맞은 꽃잎 네 장에 짙은 보라색 줄무늬가 있죠.
큰개불알풀은 본래 유럽에서 자생하던 외래종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온대 지역에 퍼져 자라고 있지요. 이 풀이 속한 개불알풀속(屬) 식물은 전 세계에 걸쳐 약 460종이 분포하고 있어요. 큰개불알풀처럼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씩 나는 종류부터 긴 꽃대에 꽃이 모여 나는 꼬리풀 종류까지 다양하지요. 과거에는 개불알풀속 식물 형태가 너무 다양해 여러 속으로 구분하다가,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모두 같은 속으로 분류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흙 속에 저장된 씨앗을 ‘토양 종자 은행(soil seed bank)’이라고 불러요.
씨앗들은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쉽게 싹을 틔울 수 있죠.
이는 화산 폭발이나 홍수·산불과 같은 일을 겪어도
식물이 다시 지표면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생존 전략이랍니다.
김한규 위스콘신대 산림·야생 생태학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