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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은 공군력 키우는데.

수미심 2022. 2. 20. 08:10

중국·일본은 공군력 키우는데.. '노후 전투기' 발목 잡힌 한국

[박수찬의 軍] 2022. 02. 20. 06:01 댓글 232

 

2021년 10월 20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 기념행사에서 F-35A 편대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30년대 한반도 일대 제공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J-20과 F-35를 앞세워 적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경쟁을 펼치는 중국과 일본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반면 한국은 40년 이상 사용해 노후화가 심각한 F-4, F-5 전투기 대체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정부가 근본적인 혁신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공군 F-5 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군 구조 개편 등 근본 대책 대신 ‘전투기 구매’

공군은 최근 발생한 F-5 추락사고 이후 2020년대 중반과 2029년으로 예정된 F-4, F-5를 교체하기 위해

F-35A 20대, FA-50 20대 도입에 대한 소요제기를 내부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실무 차원에선 검토가 이뤄졌고, 공군 내부에서 최종 확정되면 합참에 소요제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KF-21 생산량은 2030년대 6세대 전투기 소요를 감안하면 기존 계획(120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40대가 도입된 F-35A의 추가 구매는 공군의 숙원이었다. 군은 차기전투기(F-X) 사업을 통해 2014년 F-35A 40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직후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사업 절차가 진행되어야 했으나 3만t급 경항공모함에 탑재할 전투기를 도입하는 문제와 맞물려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FA-50은 다른 전투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근접항공지원(CAS) 등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F-5와 유사한 기종이다.
한국 공군 FA-50 경전투기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항공모함에 쓰일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20대 도입까지 더해지면, 전투기 60대를 새롭게 확보하게 된다. 규모로만 보면 노후한 F-4. F-5 100여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FA-50의 공격력 때문이다.

FA-50은 베트남전쟁 당시 쓰였던 MK-82 폭탄과 한국형 유도폭탄(KGGB), AGM-65 공대지미사일 등을 사용한다. 사거리가 상당히 짧은 무기들이다.
한국 공군 FA-50 경전투기 편대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북한의 방공망은 사거리가 더 길어지고 정확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기존보다 기동성과 탐지·추적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기존에 알려진 KN-06 지대공미사일과는 다른 종류다.

특히 미사일 하단에 부스터가 장착돼 러시아 S-400처럼 먼 곳에 있는 적기를 격추할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 지대공미사일의 현대화는 한국 공군의 지상 공습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F-35처럼 적 레이더 감시를 회피해 공격하거나 F-15K처럼 수백㎞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이다. 표적에 가깝게 접근, 공습하는 FA-50은 북한 미사일의 위협에 노출될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작사인 KAI는 수년 전부터 성능개량안을 제시해왔지만, F-35A 추가 도입과 KF-21 구매, 6세대 전투기 소요 등에 따른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전투기 적정 규모 430대’ 기준 재검토 등의 근본적 해결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형 기종보다 수십배의 위력을 지닌 F-35A, 전투기 체공 시간을 늘려줄 KC-330 공중급유기, 적기를 탐지하고 공중전을 지휘할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이 배치된 상황을 감안해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와 공군 조직 구조 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 전자장비 비중이 늘어가면서 전투기 도입비가 갈수록 비싸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질적 향상을 진행하면서 규모를 슬림화해 비용 절감을 꾀하지 않으면 공군 전력 증강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KF-21 ‘독침’ 장거리미사일 개발 주체 논란

올 하반기 시험비행을 앞둔 KF-21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사업 주관기관 문제로 논란에 직면했다. 

방위사업청은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민간 업체 주도로 분류되어 있던 KF-21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체계개발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업분과위는 다음달 초 회의를 재소집할 예정이다. 이때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오는 10월쯤으로 예정된 체계개발 착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간 업체 주도로 결정한 지 약 2년 만에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주관기관을 변경하려는 방위사업청의 움직임에 대해 군과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결정을 차기 정부로 이관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F-21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2019년부터 ADD와 LIG넥스원이 탐색개발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항공기에 탑재된 후 분리돼 지상에 명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탐색개발에서 미사일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지금 즉시 본격적인 체계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2028년 개발 완료’라는 목표를 빠듯하게나마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개발 주체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2020년 6월 국방연구개발 주도권을 ADD에서 민간 업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DD는 첨단 및 비닉 사업(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고, 일반 무기는 업체가 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은 업체 주관 사업으로 변경됐고, 방산업체들도 자체적인 개발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참가한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사업에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8000억원이 넘는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개발 주체가 ADD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이때부터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았다는 평가다. 그로부터 4개월 뒤에 열린 사업분과위에서는 개발 주체를 ADD로 변경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는 상당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주관 기관 조정 당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민간 업체가 담당하면 개발 기간과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업체 주관으로 조정된 사업의 성공적인 연구개발 수행이 중요하다”면서 ‘ADD 중심의 국방 연구개발 체계의 실질적 개편’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이를 강행했다.

방사청 홈페이지에는 이 보도자료가 여전히 남아있다. 2년 전의 정책적 결정 흔적이 자체 홈페이지에 있는데도, 이를 바꾸겠다는 것은 ‘민간 업체 연구개발 역량 구축’과 ‘ADD 혁신’이라는 2020년 당시 방사청의 국방연구개발 정책 명분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탐색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사청이 2년 전에 제기된 문제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민간 업체와 ADD의 기술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책에 혼선을 초래, 2년을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사업 관련 의사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대선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정책적 혼선을 초래한 현 정부의 방사청과 ADD는 이를 수습할 시간적 여유도 정치적 동력도 없다. 따라서 대선 직후 출범할 차기 정권이 지명한 군과 정부 수뇌부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사업 구도와 방식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 정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방사청과 ADD가 수천억원 규모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사업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새 정부 출범 직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전면 재검토와 더불어 선진국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간적 여유와 기술적 리스크 때문이다.

전면 재검토가 진행되면 체계개발 착수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 등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따르면, 시기는 더 늦어진다. 

이렇게 되면 3년 안에 미사일을 만들고, 2년 내 KF-21과 미사일 체계통합을 마쳐야 한다. 
타우러스 미사일 실물 모형이 타우러스 시스템스사 부스 앞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재즘(JASSM)을 만드는데 13년, 독일은 타우러스 개발에 14년이 걸렸다. F-15K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체계통합하는데 3년이 소요됐다. 

수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미사일의 성능을 보장할 탄두와 탐색기 개발, 미사일이 표적으로 하강할 때의 각도와 궤적 등을 확인하는 과정도 난이도가 높다. 

선진국과의 공동개발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최단 시간 내 전력화를 가능하게 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성능이 검증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만든 업체들이 있다. 미 록히드마틴의 재즘(JASSM), 독일·스웨덴 합작인 타우러스시스템스의 타우러스(TAURUS), 유럽 MBDA의 스톰 섀도(Storm shadow)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와 제휴를 통해 공동개발을 추진하되, 군 요구성능과 기술 수준을 기존 사업에서 제시된 것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즘이나 타우러스, 스톰 섀도보다 더 우수하고 파괴력이 강한 차세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공동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업체들은 적은 비용으로 첨단 신기술 개발이 가능하고, 우리나라는 KF-21에 당초 계획보다 더 강한 전략적 억제력을 빠르게 갖출 수 있다.

2020년대는 한국 공군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중국과 일본의 공군력 증강에 맞서 한반도 상공을 지킬 역량을 수십년 동안 발휘할지 여부는 남은 8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의 전력증강사업 구도나 전략, 개념 등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