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 흔들리는 서민경제, 잡을 방법이 없다
입력 : 2022-02-07 06:00:00 수정 : 2022-02-07 13:19:11
통계청·한국경제硏 분석
1월 외식물가 13년 만에 최고
갈비탕 11·소고기 8·김밥 8%↑
두바이유 두 달 새 21달러 폭등
최근 5년 월임금 18% 오를 때
稅·보험료는 40% 가까이 급등

새해 들어 기름값과 외식물가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환율·금리 인상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5년간 월급이 18% 오를 때 집값과 사회보험료는 40%가량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유가와 환율, 금리는 가격을 책정하는 핵심적 변수이지만, 사실상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는 모니터링 강화, 공급 확대 등의 표피적 대책 마련에 급급한 실정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1년 전보다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7.7%), 햄버거(7.6%), 설렁탕(7.5%),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삼겹살(5.9%), 돈가스(5.7%) 등의 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인상이 억제됐던 커피마저 올해 1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올랐다. 식자재 가격 급등에다 인건비 상승, 수요 확대 등이 외식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유가 급등은 고스란히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4일 기준 배럴당 90.2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월2일 기록한 단기 저점인 69.13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21.09달러나 오른 셈이다. 인상률은 30.5%에 달한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변수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는 기간이 2∼3주 뒤인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환율과 금리 역시 우리 경제에 불리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의 상승을 의미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다 보니 외국에서 물건을 사 올 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팍팍한 서민 경제를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부터 5년간 고용노동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근로자 월임금은 2016년 310만5000원에서 지난해 365만3000원으로 17.6% 인상했다. 반면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은 같은 기간 36만3000원에서 50만7000원으로 39.4% 증가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과 아파트 매매가 상승도 근로자의 체감임금을 감소시켰다. 한국의 지난 5년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상승률은 1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도한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 부담은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소득세제 개선과 물가안정을 통해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