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세계, '거대 태풍' 조짐?..文경제팀 마지막 시험대
김혜지 기자 입력 2022. 01. 28. 05:10 댓글 111개우크라 사태, 북한 도발까지..믿었던 미·중 경기마저 둔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가 최근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불확실성이 한 번에 중첩돼 터질 경우
'퍼펙트 스톰'(동시다발 악재로 인한 대형 위기) 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2~3월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역(逆)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시기여서 불안이 고조된다.
한 달 반이면 퇴임하는 현 정부와 곧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가장 먼저 '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7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 정세 불안과 관련해 "러시아와 나토가 러시아 접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하고 미국은 파병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는 등 군사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양국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로 에너지, 곡물, 금속 가격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은 장기 계약 비중이 높다. 국제 곡물도 사료용 밀은 올해 10월, 사료용 옥수수는 6월까지 필요 물량을 사전 계약으로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정세 불안에 흔들릴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비중이 적은 점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이 차관은 "다만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장기화되는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수급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급 효과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해 미국이 직접 대응에 나서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크게 확대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미 조기 통화 긴축 가능성이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이다.
당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고
최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는 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발언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여러 번 올릴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기대보다 매파적인 발언에 26일 미 뉴욕 증시는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인플레의 경우, 국제유가가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올해 물가 여건이 작년과 비교해 결코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기름값과 곡물가격은 산업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여기에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도 금융시장을 혼란케 했다.
2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94.75포인트(3.50%) 급락한 2614.4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작년보다 약 12% 낮은 수준이었는데, 이는 미국의 조기 긴축 시사와 같은 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여파로 해석됐다.
환율(달러·원)도 전날 다시 1200원선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곧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소비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무역수지 적자로도 연결될 수 있으며,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일부가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과 더불어 세계 주요 2개국(G2)인 중국은 어떨까.
중국 또한 경기 하강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주요 기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 중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6일 미국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각각 4.0%, 4.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기존 전망 때보다 각각 1.2%포인트(p), 0.8%p 크게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G2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과 물가 급등, 공급망 충격을 비롯한 겹악재에 세계의 두 기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중은 우리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자칫 미·중을 중심으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치면 우리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위태로워지고, 그러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3.1% 성장도 요원해진다.
퇴임을 불과 1개월 반 앞둔 현 정부로서는 첩첩산중인 셈이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경제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많다"며 "일단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확산이 언제 끝날 것인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확언하기 힘들고, 할 수도 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 전 세계 경제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표를 봤을 때 (퍼펙트 스톰) 가능성이 영 없지 않다"며 "국내에서는 가계부채만 봐도 위험한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한 번에 터질 경우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