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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공기단축이 부른 참사.

수미심 2022. 1. 16. 09:09

'빨리빨리' 공기단축이 부른 참사.."시스템 그대로면 사고 반복"

금준혁 기자 입력 2022. 01. 16. 07:00 댓글 38
 
공학적으로 필요한 시간 '28일',
민간은 7일이면 한 층 올려
발주자 재촉하고 시공사는 무리하고..사회적 기준 마련해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상공 촬영. 39층 높이의 아파트 3분의 1 가량의 바닥과 구조물, 외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2022.1.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공사기간(공기) 단축이 참사를 불렀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물류센터 화재 등 연이은 사고의 원인으로 발주처의 무리한 공기 단축을 꼽기도 했다.

◇기간 지켰다는 HDC현산…전문가들 "충분한 강도 확보할만큼 아냐"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는 무리한 공기 단축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영하권의 날씨에도 시공사가 공기 단축을 현장해 지시했고 무리한 작업지시가 결국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난 201동은 12일부터 18일의 양생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기 단축때문에 콘크리트의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아 강도가 약해질 수 있어 품질 관리를 더욱 신경써야한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콘크리트의 강도 개념은 굳어서 버틸 수 있는 강도와 거푸집을 뜯을 수 있는 강도로 나뉜다"다며 "HDC현산에서 말하는 기간은 거푸집을 뜯을 수 있는 강도로 실제 건물이 견딜 수 있는 강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겨울철에는 온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버틸 수 있는) 강도가 안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겨울철에 콘크리트 강도를 올리기 위해 혼화재료를 사용하는데 빨리 굳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도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현산은) 장기적인 품질을 고려해 일반적인 콘크리트를 썼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맞는 강도를 확보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겨울에는 양생작업을 위한 화학반응이 안되기 때문에 화학성분을 녹여 양생 속도를 맞춘다"며 "현재로서는 아래층의 콘크리트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확인이 안된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사진을 보니 철제 지지대(서포트)도 문제라며 거푸집을 만드려면 틀을 만드는데 불안해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은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1동 주공아파트 재건축(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현장 모습. 2022.1.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시스템 달라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고 난다"

결국 업계의 오래된 관습인 공기 단축이 인재(人災)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뿐 아니라 대규모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무리한 공기 단축이 사고로 이어졌다.

최명기 교수는 평택 물류창고를 예로 들며 "작년에 공사가 한달간 중지됐지만 준공기일은 변함이 없었다"며 "공사가 중단된만큼 기간이 늘어야하는데 안 늘어나고 그러다보니까 시공사들이 무리하게 공사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발주자들이 공기를 빨리빨리 해달라고 해서도 안되고 안전을 고려한 공기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해서 사고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 현장 화재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화재 당일에 평상시보다 두 배 많은 노동자가 투입된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한편 학계에서는 구조안전 분야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광량 CNP동양 대표는 13일 진행된 '도심지 다중이용 대형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건축구조기술자 등 관계전문기술자의 제한적인 역할로는 부실시공을 막을 수 없다"며 "안전과 관련된 전문가가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갖는 제도로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