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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3단엔진 빨리 꺼진 원인 '헬륨탱크 이탈'

수미심 2021. 12. 29. 12:24

누리호 3단엔진 빨리 꺼진 원인은 '헬륨탱크 이탈'…

내년 5월 2차 발사 연기

이정호 기자입력 : 2021.12.29 12:00 수정 : 2021.12.29 12:17

누리호 3단 로켓 엔진의 산화제 탱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누리호 3단 로켓 엔진의 산화제 탱크 내부 모습. 산화제의 부력이 비행 도중 증가하면서

헬륨 탱크를 고정장치에서 이탈시켰고, 결국 산화제 탱크의 파손을 일으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10월 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지 못한 이유는

3단 로켓 안 헬륨 탱크가 고정장치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산화제 탱크를 파손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기술적인 보완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년 5월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도 하반기쯤으로 미뤄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의 분석 결과를 29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누리호 조사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성됐으며, 지금까지 모두 5차례 회의를 열어 누리호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이유를 규명했다.

누리호는 발사 뒤 연구진이 목표로 한 고도 700㎞까지 상승했지만, 중량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로 지구 궤도에 밀어 넣지는 못했다. 3단 로켓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졌기 때문이다.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한 위성 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호주 인근 바다에 추락했다. 조사위는 분석 초기에 3단 로켓 내부에 있는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떨어져 엔진이 빨리 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원인을 잡아내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누리호가 비행 중에 얻은 2600여개 데이터를 기초로 비행 과정을 분석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조사위는 누리호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 즉 3단 엔진이 빨리 꺼진 이유가 헬륨 탱크 때문이라고 이날 밝혔다. 문제가 된 헬륨탱크는 누리호 3단 로켓을 구성하는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다. 산화제 탱크에는 액체산소가 가득 차 있는데, 액체산소의 부력이 누리호가 상승하던 도중 커지면서 헬륨 탱크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헬륨 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려 버렸고, 이때부터 헬륨 탱크가 크게 요동 치면서 산화제 탱크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줬다. 결국 산화제 탱크에는 금이 갔고, 안에 든 산화제가 새기 시작했다. 3단 엔진에 들어가는 산화제 양이 줄어들자 정상적인 엔진 연소 시간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조사위가 확인한 결과를 보면 누리호에선 이륙한 뒤 36초 만에 특이 진동이 감지됐다. 이때부터 헬륨 탱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 등 개발진은 중력 가속도가 ‘1G’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력에만 대비해 탱크 고정장치를 설계했다. 누리호가 1단 로켓을 점화한 뒤 강력한 힘으로 상승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1단 로켓 비행 도중에 나타난 가속도는 설계 때의 4배가 넘는 4.3G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상 시험에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결국 헬륨 탱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누리호 발사 성공의 꿈도 날아간 것이다.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해지면서 내년 5월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는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이날 브리핑에서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현재까지 논의한 바로는 5월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헬륨탱크 고정장치와 산화제 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 작업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설계를 할 때 산화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히 보완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