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동해 지역만 눈이 많이 내리는 걸까?
겨울에 내리는 눈은 큰 재해로 이어지는 대설大雪이 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동해 지역과 태평양 지역에 눈을 내리는 구름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동해 연안 등의 지역은 특별 대설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니가타 현의 산지 같은 경우 적설량이 3~4m에 이르기도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적설량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새로 내리는 눈의 경우 적설량 1cm를 강수량 1mm로 환산하곤 하는데,
이것이 쌓일 때는 위에 쌓이는 눈의 무게로 압축되기 때문에
적설량 1cm가 강수량 3mm 정도에 해당하는 무게가 된다.
이 점에 입각해 적설량 3m의 눈이 가로세로 6m인 지붕에 쌓인다고 가정하면
가로세로 1m당 몸집이 작은 씨름 선수(100kg)가 9명(0.9t),
지붕 전체에는 총 324명(32.4t)이 올라가 있는 셈이 된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지붕에 쌓인 눈을 반드시 치워야 하는 것이다.
동해 쪽 지역의 대설에는 바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철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복사 냉각으로 지상의 기온이 영하 30℃ 이하까지 내려가는데, 서고동저의 겨울형 기압 배치가 되면 이 한기가 북서 계절풍이 되어서 동해로 불어온다. 한편 동해의 해수면 온도는 겨울에도 5~15℃이기 때문에 한기로서는 열탕이나 다름없는 상태라 해수면의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은 한기는 일본에 가까워지면서 따뜻하고 습한 기단이 된다. 이와 같이 바다의 영향을 받아서 기단의 성질이 변화하는 것을 기단 변질이라고 부른다. 기단 변질로 대기의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 적란운이 발달해 일본의 산지에 도달한다. 그러면 시더–피더 메커니즘에 의거, 산지에서의 강설降雪이 강화되어 대설이 된다. 이와 같은 대설을 산지형 대설이라고 부른다.
겨울철 동해상에서는 눈을 내리게 하는 전형적인 구름 시스템이 발달한다. 위성사진으로 한기의 이동과 함께 형성되는 구름줄을 볼 수 있는데, 한기가 불어오는 방향과 평행한Longitudinal 것과 직교하는Transverse 것이 있다. 각각 평행형 구름줄(L–모드 구름)과 직교형 구름줄(T–모드 구름)이라고 부른다. 또 대륙에서 한기가 불어올 때 한반도의 산지를 돌아 들어오는 흐름이 동해에서 부딪히면 동해 한대 기단 수렴대라는 발달한 적란운을 동반한 구름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동해 한대 기단 수렴대에 동반되는 구름이 계속 걸쳐 있거나 띠 형태의 강설 시스템이 정체되면 평야 지역에도 큰 눈이 내리며, 이것을 평야형 대설이라고 한다. 또한 겨울철 동해상에서는 겨울의 태풍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극 저기압Polar low이라는 중규모의 저기압이 발달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폭풍설 등으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대규모 정전까지 일으킨다.

동해 쪽 지역에 눈을 내리게 하는 구름은 기본적으로 적란운이기 때문에 지상에 내리는 눈 결정은 싸라기눈이나 가지상 결정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태평양 쪽 지역에 내리는 대설은 남해안 저기압이라고 부르는 온대 저기압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남해안 저기압에 동반되는 태평양 쪽 지역의 강설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남해안 저기압의 발달에 따른 강설에는 저기압의 위치나 발달 정도, 저기압에 동반되는 구름·강수, 지표면의 상태 등이 서로 복잡하게 관여하는 까닭에 이 전부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을 많이 내리게 하는 구름의 특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관측이 거의 되지 않아 미지의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이야기는 기상 전문가인 아라키 겐타로荒木 健太郎가 10년 동안 수집한 300여 장의 아름다운 구름 사진과 구름을 이해하기 위한 기상 과학을 설명한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구름을 사랑하는 구름 덕후 아라키 겐타로가 알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구름의 세계에 함께 빠져보시기를 :-)

JPCZ---동해(일본해) 한대기단 수속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