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경 읽기 #5 – 성관계의 기본은 ‘얕은 삽입’!
황제가 물었다. “성관계에 지켜야 할 법칙은 무엇인가?” 소녀가 대답했다.
“성관계를 할 때는, 먼저 여자의 마음을 충분히 편안히 달래준 뒤, 몸의 긴장이 풀리고 완전히 편안해지면
두 다리를 살짝 굽히고 벌려줍니다. 남자가 그 사이에 살짝 입을 맞추고, 혀를 가볍게 핥아주십시오.
본인의 성기를 어루만지면서, 상대 여성의 성기 주변을 좌우로 가볍게 두드려주십시오.
이렇게 대강 십 분 이상 애무를 한 뒤 천천히 삽입을 하면 됩니다.
성기가 큰 사람이라면 일단 2cm 정도를 삽입, 성기가 좀 작은 사람이라면 약 3cm 정도를 먼저 삽입하세요. 다만 이때는 삽입만 하고 움직이면 안 됩니다. 이 상태에서 천천히 다시 빼냈다가 다시 삽입하십시오.
음경이 삽입된 후에는 몸이 뜨거워지기 마련이고 움직임도 급격해지기 마련이니, 여성의 몸이 자연스럽게 떨리게 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더불어 자연스럽게 쾌감을 느끼다가, 어느 정도 시기가 되었다 싶으면 조금 더 깊이 삽입하세요. 얕게 찔러 거문고 줄(현금)을 자극하다가, 다시 10cm 정도를 깊이 삽입하여, 그 막힌 입을 찌르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홉까지를 센 뒤, 다시 또 깊이 찌르세요. 이렇게 맏돌(곤석)에 이르면
여기에서 천천히 왕복운동을 하십시오. 물론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며 그 타액을 교환해야겠죠.
이렇게 여든한 번을 하시면 됩니다.”
소녀경은 7세기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의학서’다. 사실 이게 얼마나 오래된 물건이냐 하니, 황제내경이 정리된 것이 대강 이 시기다. 참고로 황제내경은 한의학의 원전이라고까지 불리는 책이다. ’음양’이나 ‘오행’같은 동양철학 특유의 뜬구름 잡는 듯한 얘기나, ‘환정법’(성관계를 하되 사정은 하지 않는 방법) 같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소개하는 것 등은 아무래도 이런 시대의 한계를 반영한 것일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경은 의외로 그런 관념적인 얘기에 천착하지도 않고, ‘환정법’ 같은 쉬이 수긍하기 힘든 방법들을 얘기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실제 성관계 시의 유의사항이나 체위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꽤 큰 비중을 할애한다.
드디어 발기부전을 극복한 황제. 이번에는 소녀에게 진짜로 성관계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지금껏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던 소녀, 갑자기 친절해졌는지 cm 단위 – 당시 단위로
촌(寸) - 까지 들먹이며 대단히 자세히 설명해준다. 희대의 정력남 황제를 위한 설명이라기엔 어색하고,
오히려 성관계를 처음 접해보는 어린 남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따지고 들면 다친다.
이번 대화에서 소녀가 강조하는 것은 ‘얕은 삽입’이다. 물론 성행위 종반에 이르러서는 깊이 삽입할 것을 조언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이는 화룡점정을 위한 것이고, 최대한 얕은 삽입을 유지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십 분 이상 애무한 뒤 처음에는 2~3cm 정도를 삽입해 충분히 교감을 이루고, 그제야 조금 더 삽입해 ‘거문고 줄(현금)’을 자극하라는 식이다.
처음부터 깊이 삽입하지 않고 얕게 삽입하는 것은, 무리한 삽입으로 통증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조언으로 보인다. 느리고 부드러운 삽입을 통해 여성으로 하여금 삽입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 심지어 소녀는 남성의 성기 크기에 따라 그 삽입 깊이를 세밀하게 조절할 것을 부탁하는데,
성기가 큰 사람의 경우 더 얕게, 작은 사람의 경우 조금 더 깊게 삽입하도록 주문한다.
판본에 따라 성기가 큰 사람이 오히려 더 깊이 – 5cm가량을 삽입하라고 한 경우도 있으나,
이는 이 대화의 전반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설명이 귀찮아지니 무시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조금 더 깊이 삽입해 ‘거문고 줄’을 자극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거문고 줄을 퉁기듯 자극하라’ ‘거문고를 연주하듯 왕복 운동하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거문고 줄’이 여성의 음핵(Clitoris)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음핵은 대단히 특이한 기관인데, 여성의 외음부에 존재하며 남성의 음경과 상동기관이다. 음경의 상동기관이니만큼 자극하면 발기가 이루어지며, 역할은 단 하나 – 쾌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뿐이다. 무척 이질적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소위 ‘G 스팟’과 달리 이는 확실히 그 존재가 해부학적으로 관찰되는 기관이다. 음핵의 해부학적 구조는 “남성의 성기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 그 위치가 질의 입구 부위, 매우 얕은 부위에 있기 때문이다. 소녀도 그 존재와 역할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황제에게 삽입 후 ‘얕은 곳’을 자극할 것을 끊임없이 주문한다.
그리고 여기서 천천히 하나에서 아홉까지를 센 후에야 비로소 깊이 삽입해 맏돌(곤석)까지 들어가게 된다. 잠깐, 곤석은 또 뭐란 말이야?
곤석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 번째 해석은 이것이 대전정선을 의미한다는 것. 대전정선은 질에 존재하며 성적으로 흥분하면 점액을 분비하는 분비선(gland)인데, 해부학적으로 그리 깊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삽입을 얼마나 깊이 하느냐와 별 상관없긴 한데, 어쨌든 여전히 깊은 삽입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두 번째 해석은 곤석이 자궁경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얕은 삽입을 통해 어느 정도 교감이 이루어진 후에는, 깊이 삽입해 자궁 입구에 이를 때까지 깊이 삽입하라는 것. 다만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이미 소녀경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자궁 입구는 ‘막힌 입’이라는 것이다.
자궁의 입구는 음경의 자극으로 열리는 곳도 아니고, 아무리 절륜한 정력남 황제라 해도 자궁에 삽입하거나 자궁을 성적으로 자극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통을 주고 걷어차이지나 않으면 다행이니 조심하도록 하자.
한편 또 재미있는 것이 전반적으로 계속 애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장이 완벽하게 풀릴 때까지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입을 맞추고 혀를 핥고, 성기를 애무한다거나, 삽입하는 가운데서도 키스하고 타액을 교환하는 등의 행위를 잊지 않는다. 이는 지금도 실천하기 어려운, 파트너를 배려하는 성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황제가 물었다. “다섯 가지의 ‘항상됨’이란 건 무엇인가?” 소녀가 대답했다.
“남성이 성기를 다룸에 있어 항상 지켜야 할 도리 다섯 가지를 말하는 겁니다.
깊은 곳에 거하고 숨어 있으면서 절도있게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안에 지극히 높은 덕을 품고 있으면서도, 베풂에는 끝이 없어야 합니다.
무릇, 음경이란 남에게 베풀고자 하는 물건이니, 이것이 바로 ‘인(仁, 어짊)’입니다. 그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것은, ‘의(義, 의로움)’이지요. 끝에 마디가 있는 것은 ‘예(禮, 예의)’이고요. 욕구가 생기면 일어나고, 욕구가 없을 때는 수그러드는 것은, ‘신(信, 믿음직함)’입니다. 성관계에 임할 때 늘 낮은 곳에 임함은 ‘지(智, 지혜)’이지요.
참사람은 이 다섯 가지 항상됨을 지키고 절도 있게 행동합니다. ‘인’의 마음가짐으로 베풀고자 하지만 정력이 부족해 발기가 되지 않을 수가 있죠. 이때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이 ‘의’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하고 너무 자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마땅히 베풀어야 할 때는, 절도와 ‘예’를 지켜 베풀게 됩니다. 이렇게 때를 지켜 성관계를 하는 것은 이미 ‘신’이 자리 잡았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성관계하는 방법을 모두 ‘지’혜롭게 ‘알고’ 행하게 되므로, 다섯 가지 항상됨을 지켜 장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box]
인(仁, 어짊), 의(義, 의로움), 예(禮, 예의), 지(智, 지혜), 신(信, 믿음직함)의 다섯 가지는 ‘다섯 가지 항상됨(五常)’이라고 해서 사람이 항상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도리를 의미한다. 천자문에 나올 정도로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 중 하나. 소녀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이 ‘다섯 가지 항상됨’에 비유한다. ㅍㅍㅅㅅ의 짤방만큼이나 억지가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일단 남성의 성기가 늘 무언가를 베푸는 (대체 무엇을?) 것을 ‘어진 마음가짐’, 인(仁)에 비유한다. 인(仁)은 흔히 ‘어짊’으로 번역되지만 그보다 훨씬 깊은 함의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며, 실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덕으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면 이를 보고 걱정하고 근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의 실마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타인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발전하여, 이윽고 자기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고 이를 타인에게까지 베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인(仁)인 것이다. 남성의 성기가 스스로 충실해져서(…) 무언가를 뿜어내 베푸는 모습(…)이 인(仁)과 비슷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한편 의(義)는 잘못을 하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그 실마리다. 그야말로 올바름, 오늘날로 얘기하자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말하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바로 의(義)의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마냥 베푸는 마음만 있어서는 잘못에 대해 엄격하게 심판할 수 없다. 남성의 성기도 가운데에 구멍(…)이 있음으로써 마냥 인(仁)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무려 소녀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 할 듯.
예(禮), 즉 예의란 ‘사양하는 마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았을 때 비록 속으로는 기쁘고 좋다 해도 일단 사양하는 것. 이처럼 모든 일에 절도와 격식을 갖추고, 공경하고 삼감으로써 예의가 완성된다. 남성의 성기는 끝 부분에 딱 부러지는 마디가 있는데, 이것을 절도와 격식에 비유하였다.
지(智)의 실마리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다. 어머니를 보면 방긋 웃고 똥을 보면 더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누구나 최소한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본능이 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무엇이 인(仁)과 의(義)에 부합하는지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지혜까지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남성의 성기의 경우 늘 낮은 곳 어디론가 파고들고자 하는데(…) 이것이 지혜의 속성과 닮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갖춰짐으로써, ‘믿음직함’, 즉 신(信)을 갖추게 된다. 성기의 경우 성욕이 생기면 일어나고 성욕이 없으면 수그러드니, 이처럼 믿음직한 물건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남자친구의 성기만은 당신을 속이지 않는다.
따라서 남성이 성관계를 가질 때는 성기가 가진 다섯 가지 항상된 미덕을 본받아야 한다. 우선 늘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갖되, 베풀어야 할 때와 베풀지 말아야 할 때를 확실히 알아 절도 있게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믿음직한 남자가 될 뿐 아니라, 성관계하는 도리를 모두 알고 있는 지혜로운 남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관계하는 방법을 아는 지혜로운 남자로 거듭난 황제. 조루와 지루, 발기부전까지 극복하고 드디어 원래의 절륜남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자신의 성적 만족을 넘어서 함께 관계를 맺는 여성의 즐거움까지 돌아보고자 한 것. 보통 남자라면 성관계가 끝난 후 “좋았어?” 라 묻는, 실로 낭만을 갈아 분쇄해버리는 세계 멸망급의 재앙을 일으켰겠지만, 황제의 곁에는 소녀가 있다. 그는 소녀에게 여성이 성관계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