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바닥 지지율' 전문가들 분석 당 변화작업 하지 않아 리더십 부재로 팀플레이도 안돼 먹고사는 문제로 각세워야 혁신 없고…이슈대결 밀리고…민주 10%대 지지율 자초
"민주당 지지율에는 관심이 없다. (안철수신당이) 언제 새누리당 지지율을 넘어설지 추이를 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쪽 핵심 인사)
이 말은 현재 민주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패배 이후 1년이 지난 민주당의 지지율은 18~22%(한국갤럽 조사) 사이에 있다.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을 조사 대상에 넣을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9~12% 안팎으로 뚝 떨어진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제1야당의 존재감이 무색한 수준이다. 민주당의 주요 당직자는 "위기의식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한국방송>(KBS)이 1일 보도한 '지방선거 지지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12.7%)은 새누리당(40.6%)·안철수신당(30.3%)의 경쟁력에 근접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정책·전략을 모색하는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2일
"당 자체 여론조사도 언론보도와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조사에서 민주당이 '10%초반대 지지율 고착화' 현상을 보이는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권이 던진 이슈에 끌려다니고,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야당으로서의 '상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동균 미디어리서치 수석부장은 "대선 패배에 대한 면밀한 반성 부족, 새누리당보다 더 갈팡질팡하는 분위기, 제대로 된 이슈 하나 선점하지 못하면서, 전통적으로 야당이 가진 야당성이라는 상품성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계속 지지하면 다음 대선 승리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명박정부 초반부터 일어난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당의 변화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이 (지지율의) 민낯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지층이 견고하지 않은 데다, 여권의 이념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의 관계자는 "'을지키기 위원회' 중심으로 민생문제를 잘 챙겨왔지만, 종북·안보프레임에 갇혀 안보도 중요시하는 세력임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야당의 목소리를 '정쟁 부추기기'로 규정하는 언론지형의 불리함을 탓하는 의견도 있다. 윤희웅 센터장도 "민주당 지지층은 보수세력의 확장을 막아달라는 조건부적 지지자들이 섞여 있다. 부동층을 중심으로 보수 성향이 늘어난 것도 민주당이 지지층을 확장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라는 외부요인까지 가세했다. "안철수가 반(反)새누리·비(非)새누리당에 기반을 둔 유권자들의 대안"(하동균 수석부장)이 되고 있으며, "기성정치 불만이 안철수라는 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변재일 원장)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2~3배 높게 나타나는 '호남 민심이반'도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을 집단적으로 묶어내는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개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데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팀 플레이가 안 된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조차 민주당의 파편화된 대응을 꼬집고 있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 일부를 보면 '자기 운동'하듯이, 자기 진영의 목소리만 대변하려 한다. 그럼 국회가 투쟁의 장소가 되며, 대변하려는 단체와 계층을 뺀 다른 사람들이 등을 돌린다"고 말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발목잡기밖에 한 게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평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당 혁신 작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민생이슈를 적극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제도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권자층에 어필할 이슈로 여당과 각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조혜정 이승준 김남일 기자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