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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성공한 전주

수미심 2013. 12. 26. 07:58

 

[기획취재] 한옥마을과 첨단 탄소산업 공존…

'도시 再生' 성공한 全州

  • 전주=김창곤 기자

    입력 : 2013.12.26 02:59

    <10·끝> 변화 속 전통 숨쉬는 전주
    갈아엎는 대신 '리모델링'
    슬럼가로 변하던 한옥 700여채… 관광지 만들자 年500만명 찾아
    舊도심, 영화·웨딩거리 등 특화… 집값 오르고 상권도 되살아나
    '100년 먹거리' 탄소섬유
    효성·GS칼텍스 등 기업 들어와… 2020년까지 6000명 일자리 목표

    
	[기획취재] 한옥마을과 첨단 탄소산업 공존… '도시 再生' 성공한 全州

    슬럼으로 변해가던 전북 전주 구시가지 남부 서학동에는 요즘 활기가 돈다. 2010년 이후 예술인들이 하나둘 빈집을 고쳐 자리잡으면서 동네 한쪽이 '예술인 마을'로 변모했다. 40~50대 음악인·화가·문인·설치작가·사진가가 정착하면서 조용했던 동네에선 수시로 작은 공연·전시가 열려 떠들썩해졌다. 빈집이 사라졌고, 3년 새 집값은 배로 뛰었다. 음악인 이형로씨는 8년 전 서울에서 전주로 왔다가 작가 아내를 맞아 이곳에 정착했다. '예술인촌장'인 그는 "전주는 쾌적하고 인정 많은 가장 한국적 도시"라며 "생활비도 저렴해 가난한 예술인에겐 낙원"이라고 했다.

    전주의 변화 방식은 다른 도시들과 달랐다. 이른바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문화 자산을 유지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 것이다. 구시가지를 갈아엎고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대신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리모델링한 것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다.

    풍남동 한옥마을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한옥 700여채를 '한옥보존지구'로 묶어 증·개축을 제한하면서 슬럼화가 가속화하던 곳이었다. 전주시가 2000년대 들어 '선택과 집중'으로 이곳을 재생해 10여년 사이 '한국 관광의 별'이 됐다. 시는 널찍한 한옥들을 새로 짓거나 복원해 전통문화 체험시설을 들이고 환경을 개선, 2002년 31만명이던 연간 관광객이 이제 500만명에 이른다.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도시 재생은 노송동 등 인접 구시가지로 확대되고 있다. 낙후돼 가던 노송동에선 폐가들을 헐고 그곳에 마을 공동 텃밭들을 조성해 공동체를 유지하며 동네 모습을 바꿔가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전주 구도심은 아트폴리스(art-polis)를 기치로 '영화의 거리' '웨딩 거리' '동문 거리' '한글 거리' 등으로 리모델링돼 상권을 되살렸다.

    전주는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12만5000명으로 50만명 이상 도시 중에서 1위이며,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은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률은 꼴찌에서 둘째다. 지난 2011년 SBS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30개 지자체의 복지·교육·문화 인프라와 출산율, 범죄율 등 80여 항목을 평가해 매긴 '사회의 질(SQ)' 순위에서는 전국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주민 총행복을 높이는 게 시정의 최종 과제"라고 했다.

    
	전주는 전통을 지키면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100년 먹거리’챙기기도 성공했다. 왼쪽은 지난 10월 태조로 한옥마을 주변에서 열린 전주비빔밥 축제 장면. 도시 슬럼가에서 관광 1번지로 변신한 한옥마을은 전주 도시재생 프로젝트 성공의 상징이다. 오른쪽은 탄소섬유 응용기업 20여곳이 입주한 팔복동 친환경복합산업단지의 모습. /전주시 제공
    전주는 전통을 지키면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100년 먹거리’챙기기도 성공했다. 왼쪽은 지난 10월 태조로 한옥마을 주변에서 열린 전주비빔밥 축제 장면. 도시 슬럼가에서 관광 1번지로 변신한 한옥마을은 전주 도시재생 프로젝트 성공의 상징이다. 오른쪽은 탄소섬유 응용기업 20여곳이 입주한 팔복동 친환경복합산업단지의 모습. /전주시 제공
    전주 구도심의 스카이라인은 20 ~30년 전과 별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를 61년째 내놓고 있고, 완산동에선 '한일민속대장간'이 55년째 담금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주는 미래 먹거리 챙기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강철보다 10배 강하고 무게는 5분의 1인 탄소섬유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효성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고기능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해 양산에 돌입했고 GS칼텍스도 내년 시험 생산을 거쳐 2015년 상업 생산에 돌입하기로 지난 8월 전주시와 협약했다. 효성은 연산 2000t인 설비를 2020년 1만7000t으로 늘리기 위해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두 대기업의 탄소섬유로 각종 응용제품을 만들 기업 100개를 2020년까지 유치, 600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이들 기업을 위해 팔복동 친환경복합산업단지를 현 57만㎡에서 233만㎡로 넓히고 있다. 이곳엔 벌써 20여 기업이 입주했다. 전주시는 2000년대 중반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세워 탄소섬유 및 응용제품 개발을 후원해왔고, 지난 11월엔 13개 기업을 보듬을 창업보육센터도 열었다.

    ☞ 도시 再生

    기존 시가지와 노후 건축물 등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면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도시개발 방식. 주민 참여 속에 기존 생활 공동체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개발하기 때문에 역사·문화자산을 보전·활용하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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