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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공화국 대한민국

수미심 2013. 11. 1. 06:44

 

[나는 왕따다]학교서 경로당까지…왕따 공화국 대한민국

입력시간 | 2013.10.31 07:30 | 김정민 기자 jmkim@

             

    
직장인 30% 직장서 따돌림 경험
노인도 자식자랑하다 경로당서 왕따
     
[이데일리 김정민 유선준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6년째 일했던 김모(32)씨는 지난 6월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공채 출신이 중심인 회사여서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에 김씨는 간식거리를 사서 동료들에게 돌리거나, 팀원 대신 야근하는 등 조직에 융화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냉대는 계속됐다. 김씨는 이직 4개월 만에 다시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중이다.

서울 K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22)씨는 작년 한 중견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했다가 호된 경험을 했다. 입사 초기 회사 직원들은 환영식을 열어주는 등 친절했다. 그러나 신씨가 부장과 마찰을 일으키자 돌변했다. 인턴 선발 당시 설명과 달리 복사와 커피 심부름 등 잡무만 맡기자 신씨가 부장에게 “부당한 업무까지 시키는 것 아니냐”고 대든 게 화근이었다. 이후 회식자리에 끼지 못하도록 따돌리는 등 ‘투명인간’ 취급에 지친 신씨는 두 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경북 구미에 살고 있는 함 모(76)씨는 두달 전부터 아파트 경로당에서 다른 노인들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동네 노인들은 함씨가 대학교수가 된 아들을 자랑하면서 다른 노인들을 무시해 감정이 상했다. 반면 함씨는 “자식농사 잘 지은 자랑도 못하냐”며 불쾌해 한다. 동네 노인들은 경로당에 함씨가 오면 자리를 피하는가 하면 얼마 전엔 함씨를 빼고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말 섞을 사람이 없어 쓸쓸해진 함씨는 집에서 매일 TV를 끼고 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단 따돌림, 이른바 ‘왕따’에는 나이도 성별도 무의미하다. 사람이 셋 이상 모였다면 왕따가 만들어질 토양이 갖춰진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동과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집단인 회사 내에서도 ‘왕따’는 존재한다. 특히 직장 내 왕따는 따돌림을 당한 대상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경직되고 배타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되면서 조직 결속력이 약화되고 생산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대외 이미지마저 악화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와 관련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0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30.4%)는 응답자 중 56.8%는 ‘애사심이 떨어져 이직을 고민’(복수응답)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다’(47.7%)와 ‘업무 능률이 떨어졌다’(41.4%)는 응답도 많았다.

회사 내 따돌림에는 위 아래 구분도 없다. 서울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최모(48) 부장은 올해 2월부터 8개월째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조울증이 있는 그는 업무가 생각대로 잘 처리되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화를 내곤 했다. 이 때문에 부서 직원들은 부장을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만 점심 약속을 잡기 일쑤다. 얼마 전에는 최 부장이 부서 회식 자리에서 “상사를 따돌리는 건 하극상”이라고 화를 냈다가 사태가 더 악화됐다. 직원 몇 명이 “더는 못 참겠다”며 동시에 사표를 냈고, 남은 직원들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최 부장과 말도 섞지 않는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기업의 조직문화는 무형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라며 “직원들 간의 불화와 갈등으로 조직 문화가 일단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