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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 이 ‘신혼 이혼’ 앞서

수미심 2013. 10. 22. 06:52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황혼 이혼’이 ‘신혼 이혼’ 앞서

  •                    조선닷컴

     

    입력 : 2013.10.20 19:00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조선일보DB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조선일보DB
    지난해 33만쌍이 새롭게 가정을 꾸린 반면, 11만쌍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중·장년층 부부의 이른바 ‘황혼 이혼’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신혼 이혼’ 비중을 사상 처음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결혼건수는 32만9220건으로 전년(33만1543건) 대비 0.7% 감소했다.

    하지만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4707건에서 지난해 11만4781건으로 0.7% 증가했다. 특히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작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와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은 각각 26.4%와 24.6%에 달했다. 이어 5~9년차(18.9%), 10~14년차(15.5%), 15~19년차(14.6%) 부부의 순서였다.

    황혼이혼 비율은 2006년 19.1%, 2007년 20.1%,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혼 부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던 4년 미만의 ‘신혼 이혼’(24.6%)을 1.8포인트(p) 차이로 사상 처음 제쳤다. 최근 5년간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 간 차이는 2007년 6.1%p, 2008년 5.4%p, 2009년 4.4%p, 2010년 3.2%p, 2011년 2.0%p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절반에 가까운 47.3%(5만3292건)로 예년과 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제문제 12.8%(1만4472건), 배우자 부정 7.6%(8616건), 가족간 불화 6.5%(7381건), 정신적·육체적 학대 4.2%(4759건) 등의 순이었다.

    또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을 포함한 전체 가사 사건은 모두 14만1179건으로, 지난해 13만9789건보다 0.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 정말 대단한 수치다”,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 이제 결혼도 이혼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 듯”, “결혼 33만쌍 이혼 11만쌍,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나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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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노년 이혼
  •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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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22 03:04

    남편은 권위적이어서 위로가 필요없는 사람이었다. 입만 열면 도덕책 같은 소리를 했다. 넌더리를 내던 아내는 딸의 대학 진학을 핑계 삼아 서울로 와 별거했다. 남편은 다달이 봉급을 아내 통장으로 입금했다. 은퇴한 뒤에도 연금을 꼬박꼬박 보내왔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찾아가지 않았다. 박완서 단편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부부의 결혼은 껍데기만 남았다. 많은 아내가 벼른다. '남편 늙어 아파도 눈 하나 깜짝하나 봐라.'

    ▶자식은 부부를 이어주는 끈이다. 낯 붉혔다가도 아이들 봐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다 자식 크고 남편 은퇴하면 일이 꼬인다. 남편은 할 줄 아는 게 없어 집에만 붙어 있다. 평생 가족 먹여 살리느라 고생했으니 편히 수발받고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손가락 까딱 안 하는 남편에게 세 끼 챙겨주자니 열불이 난다. 갖은 살림 참견을 해대는 '남편 살이'에 시달린다. 애들 키우고 이제야 하고 싶은 일 하려는데 남편이 발목을 붙잡는다. 재작년 10개국 조사에서 한국 50대 여성의 행복도가 꼴찌였다. '불행하다'는 답이 37%였다.

    
	만물상 일러스트

    ▶일본에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막내 결혼식 치르고 공항에서 신혼여행을 떠나보낸 뒤 갈라선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인천의 이별'이 닥쳤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에 결혼 20년 넘은 부부가 26.4%를 차지했다. 그동안 가장 높던 4년 이하 신혼부부 이혼 비율(24.7%)을 처음 넘어섰다. 자식 뒷바라지 끝났고, 이혼을 보는 사회 시선이 너그러워졌고, 여자 몫 재산 분할이 나아지면서다.

    ▶'툭 불거진 무릎 아래 털이 듬성듬성한 정강이가 몽둥이처럼 깡말라 보였다.' 단편 '너무도 쓸쓸한 당신'에서 아내는 남편의 모기 물린 정강이를 어루만지며 화해한다. 박완서는 그것이 측은한 마음도 동정도 아니라고 했다. "세월을 함께하며 생기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자, 늙음과 삶의 허망함에 대한 연민"이라고 했다. 우리 중·노년 이혼이 늘었다지만 대다수는 결혼 서약을 지키며 산다.

    ▶유대 금언집 탈무드에 '아내의 키가 작으면 남편이 키를 낮추라'고 했다. 결혼은 둘이 다리 하나씩 묶고 뛰는 이인삼각(二人三脚)이다. 시인 함민복은 마주 보며 긴 상(床)을 들고 가는 두 사람에 비유했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춰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중·노년뿐 아니라 모든 부부가 새겨들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