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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차이

수미심 2013. 9. 12. 07:11

 

울산 i30 라인 근로자 160명중 59명이 스마트폰 보거나 잡담

  • 최종석 기자
  • 입력 : 2013.09.12 03:04

    [현대차 울산·美앨라배마 공장 가보니 '하늘과 땅' 차이]

    앨라배마선 네 번 걸리면 해고

    현대자동차 경영진과 노조는 12일 울산 공장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갖는다.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10일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두 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하면서 노조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 그 결과 지난해 9400만원이었던 근로자 평균 임금은 이제 1억원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1987년 설립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년 중에 1994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23년간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파업 때마다 노조는 "근로자들이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회사로부터 받아냈다.

    하지만 본지 기자들이 지난달 19일과 20일 현대차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각각 취재한 결과 "같은 회사 공장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오전 10시. 울산 공장 조립 라인의 근로자는 스마트폰을 아예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주식 시세를 보고 있었다. 차량 3대가 지나갔는데도 그의 시선은 줄곧 스마트폰 화면에 꽂혀 있었다. 작업 시간 1시간 동안 그가 스패너를 들고 일을 한 건 5분도 채 안 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자가 i30 라인을 따라 걸으면서 직접 세어본 결과 공장 안에 있던 근로자 160명 중 라인을 벗어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직원이 59명, 일하는 사람은 101명이었다. 일하는 시간에 3명 중 1명꼴로 공개적으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앨라배마 공장의 작업 태도는 전혀 딴판이었다. 미국인 근로자들은 휴식 시간이 끝나는 벨이 울리기도 전에 전부 라인으로 돌아왔다. 휴식 시간에 통화를 하다가도 벨이 울리자 후다닥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앨라배마 공장은 근무 중 휴대전화를 쓰다가 네 번 적발되면 바로 해고된다. 앨라배마 공장 직원은 "그게 우리 규정"이라고 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몰락을 연구한 마이클 무어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본지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자동차노조(UAW)는 회사가 항상 부유할 것으로 착각하고 회사를 공격해서 뭔가를 얻어내는 데만 집중하다가 결국 미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자 동반 몰락했다"면서 "현대차 노조도 지금 이대로라면 UAW의 실패를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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