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10 03:00
["파워 新중년의 경험과 지식은 한국 사회의 또다른 자산"]
교수·연구원·엔지니어 출신들, 첨단기술 정보 주고 조언
대기업·금융기관 前CEO들, 대학·기업들에 밀착 멘토링
항공사도 은퇴한 60代 기장 再채용… 현장 노하우 전수
"내가 젊었을 때 배우고 경험했던 게 지금 기업들에 쓸모가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 나이에 돈 욕심 낼 것도 아니고…."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는 리싯(ReSEAT) 전문연구위원실. 연구원 10여명이 셔츠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책상에서 보고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책상에는 각종 국문·영문 보고서와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리싯연구위원인 신효순(74)씨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제작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57학번)를 나와 영국 버밍엄대학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신씨는 40년간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면서 전무까지 지낸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가 연구한 선박 기술은 대형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가 요즘 받은 월급은 60만원이다. 신씨는 "월급이 좀 적으면 어떻고, 내가 연구한 것이 공짜면 어떠냐"며 "이 나이에 아직도 세상에 쓸모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중년 연구 성과물 160건, 중소기업 매출 3000억원 상승
리싯은 KISTI가 2002년부터 '신중년 고급 인력'을 사장(死藏)하지 않고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다. 교수·연구원·엔지니어로 30~40년씩 현장에서 활약하던 60~70대 전문 인력이 모여 각자 전공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60~75세 사이 신중년 250여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는 리싯(ReSEAT) 전문연구위원실. 연구원 10여명이 셔츠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책상에서 보고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책상에는 각종 국문·영문 보고서와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리싯연구위원인 신효순(74)씨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제작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57학번)를 나와 영국 버밍엄대학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신씨는 40년간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면서 전무까지 지낸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가 연구한 선박 기술은 대형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가 요즘 받은 월급은 60만원이다. 신씨는 "월급이 좀 적으면 어떻고, 내가 연구한 것이 공짜면 어떠냐"며 "이 나이에 아직도 세상에 쓸모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중년 연구 성과물 160건, 중소기업 매출 3000억원 상승
리싯은 KISTI가 2002년부터 '신중년 고급 인력'을 사장(死藏)하지 않고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다. 교수·연구원·엔지니어로 30~40년씩 현장에서 활약하던 60~70대 전문 인력이 모여 각자 전공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60~75세 사이 신중년 250여명이 활동 중이다.
- "우리가 가진 경험·노하우 전수합니다" -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별관 3층 전문위원실에서 과학 기술 분야에서 30~40년간 활동했던 신중년들이 중소기업에 제공할 신기술 보고서 작성을 위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자원공학’전문가인 신희덕(71)씨는“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들에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삼성·LG·현대·SK 등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전·현직 CEO와 정부 고위관료 출신 46명의 모임인 'CEO지식나눔'(사단법인)도 신중년들의 힘을 보여준다. 대부분 은퇴한 CEO가 중심이고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대학, 기업·단체를 방문해 강의를 하고 있다. 2010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학생 4만1865명에게 강의와 멘토링을 했다.
조영철(67) 전 CJ홈쇼핑 사장은 "처음엔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자고 모였는데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 정도면 사회에 아직 쓸 만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회원들이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게 뿌듯"
최근 항공업계에선 중국계 항공사가 급성장하면서 비행기를 운항할 기장(機長)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기장이 부족해지자, 한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중년 기장'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기장들은 보통 55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하는데 퇴직 이후에도 재채용 방식으로 다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에선 60세 이상 기장이 62명, 아시아나항공도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병석(63) 기장은 8년 전 정년을 맞았지만, 지금도 '747-400'을 몰고 해외 노선을 담당하고 있다. 유 기장은 "월급이 30% 정도 줄긴 했지만, 젊은 기장들에게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비행 기술을 알려주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중년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 못할 정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00년 196만3000명에서 지난해 310만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신중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우선이지만, 단지 돈벌이만을 위해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송창용 박사는 "신중년들은 자신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에 전수하고, 이를 통해 주변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신중년들의 이런 경험과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