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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서 일곱살 빼라

수미심 2013. 9. 11. 07:06

 

나이에서 일곱살 빼라… '6075(60~75세) 新중년' 출현

  • 경제부=이인열 차장

     

    입력 : 2013.09.09 03:02

    [6075 新중년] [1]

    10년전과 체력 비교, 7세 젊어져… '新중년' 방통대생 6년새 3배로

    "얼른 비켜요! 환자 지나가요!"

    지난 2일 오전 10시 인천시 부평구 세림병원 1층 응급실 앞 복도. 직원 이현갑씨가 급성 뇌출혈을 일으킨 한 환자의 병상을 끌면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내달렸다. 1층 응급실에서 3층 수술실로, 다시 5층 입원실로. 이씨는 응급환자를 하루 평균 20~30여명 나르고 옮긴다.

    교통사고로 내장이 파열된 100㎏ 거구의 환자, 병원 옆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린 생산직 직원, 흉기에 찔린 40대 남성, 아파트 2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중학생 등이 그가 분초를 다투며 옮기는 사람들이다.

    잠시 짬이라도 나면 붐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며 각 층 진료실에서 받은 환자의 채혈·채뇨 샘플을 2층 분석실로 재빨리 전달한다. 그의 팔뚝과 종아리는 딴딴한 근육 덩어리다. 응급실 보조원인 이씨의 나이는 62세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의 한국방송통신대 1층 카페에서 이 학교 신중년 재학생들이 20~30대 학생들과 함께 공익광고 공모전에 낼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6075와 2030 "우린 대학 동기" -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의 한국방송통신대 1층 카페에서 이 학교 신중년 재학생들이 20~30대 학생들과 함께 공익광고 공모전에 낼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총 8명의 '공모전팀'의 막내(22세·맨왼쪽)와 맏형(67세·오른쪽에서 둘째)의 나이차이는 45세다. '맏형'이자 팀장인 박홍기(컴퓨터과학과 4년)씨는“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친해진 사람들끼리 뭉쳤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20~30대 보안 요원이나 간호사들이 했던 일을 이씨는 거뜬히 해내고 있다. 이씨는 중소기업에서 은퇴한 뒤 딱히 할 일을 못 찾다가 6개월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란 말은 이제 현실이다. 50대 중년, 60~70대 노년이란 공식은 깨졌다. 이씨처럼 '더 건강하고 똑똑해진' 6075(만 60~75세)를 우리는 주위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전통적 할아버지, 할머니 호칭으로는 담을 수 없는 신(新)중년 세대가 등장했다.

    본지가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2002년과 2012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신중년 1488명의 건강 기록을 전수 조사해 본 결과, 이들은 10년 전 같은 나이대의 중년보다 확실히 체력도 좋고, 체질도 개선됐다. 신중년은 10년 전보다 악력(손아귀 힘)은 4.7% 늘었다. 육체노동자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인 악력이 4.7% 늘었다는 것은 신중년이 7년 정도 젊어졌다는 의미다.

    인터넷 환경과 평생 학습 분위기 속에서 ‘지적 능력’도 눈에 띄게 진화했다. 한국방송통신대의 신중년 등록 학생 수는 6년 만에 3배(2007년 976명→2013년 3073명)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14% 줄었다. 신중년은 주관적으로도 자기 나이를 훨씬 젊게 보고 있다. 본지와 삼성생명이 신중년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신중년 10명 중 9명(91.6%)은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평균 7.3세였다.

    요즘 60대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나이는 실제 나이에 0.8을 곱해야 한다는 속설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중년을 더 이상 국가가 돌봐야 하는 ‘복지’ 대상으로 국한하지 말고, 국가의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선진국에서처럼 우리도 저출산·고령화 위기 극복을 위해 신중년 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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