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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뒤집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

수미심 2013. 9. 5. 07:46

 

부동산 뒤집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

["전세 고통 앞으로 8년 더… 2021년엔 집값·전세금 완전히 뒤집혀"]주택산업硏 분석 결과 집값 2020년까지 年 0.5%씩 하락 예상,

전세금은 평균 7.8%씩 상승 정부 8·28 대책 내놨지만

전세금 상승은 아직 안꺾여低성장·低금리 계속되면

집 사려는 사람들보다 전세·월세 수요 증가 우려

조선비즈|정한국 기자|입력2013.09.05 03:08

 

지난해 결혼한 조모(33)씨 부부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전세가가 앞으로 더 오를까?"라는 것이다. 조씨 부부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의 전용 55㎡짜리 오피스텔을 전세로 2억4000만원에 구했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에게서 "월세로 바꿀 계획이니 올해 말까지는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알아보니 이 오피스텔은 이미 전세 물건을 찾기 힘든 상태였다. 보증부 월세만 2000만원 보증금에 월 140만원 안팎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씨는 "세입자의 설움이 커서 이제는 집을 사면 어떨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집값이 더 떨어지진 않을지 여전히 겁이 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전세금 상승세는 아직 꺾일 줄 모른다. 서울은 지난달에만 전세금이 평균 1.13% 올라 월간 기준으로 약 4년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전세 물건 자체가 없다"는 얘기만 흘러나온다.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회복세로 접어들었는지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8·28 대책 같은 정부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경우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4일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최장 8년간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서 현재와 같은 상황은 지난 5월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매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보다 전세에 머무르려는 사람이 훨씬 많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세난 8년 더 계속될 수도"

주산연의 분석은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향후 전세금 상승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결론은 2020년까지 전세난이 이어질 수 있고, 또 그 결과 평균 전세금이 집값을 웃도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산연은 전세난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과 전세금 변동률의 차이가 평균 4%포인트 이상 나는 상황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40개월간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집값은 2010년부터 거의 매년 떨어지거나 변화가 없는 상태다. 반면 전세금은 2011년 10% 넘게 뛰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집값은 2020년까지 연평균 0.5%씩 떨어지는 반면, 전세금은 평균 7.8%씩 오른다는 게 주산연의 연구 결과다.

또 평균 전세금이 집값의 100%를 뛰어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추정치도 함께 발표했다. 전세난이 장기화한 끝에 2021년에는 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7%로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전세금 상승세와 주택 가격 하락세가 겹치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만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보유세 등의 세금이나 집 수리비 같은 유지비, 집값 하락분 등을 세입자에게 계속 전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요 쏠림 현상이 원인

전세난의 장기화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상태가 이어질 때 주택 구매 수요보다 전·월세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미 수도권의 경우 주택거래량은 2011년 1~7월 21만6200여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9만2800여건으로 떨어진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51만9600여건에서 55만4400여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10~2020년 기준으로 전·월세를 구하려는 신규 수요가 연평균 103만 가구를 넘는다는 게 주산연의 분석이다. 반면 새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50만5159가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자가(自家) 대신 임차(賃借) 수요가 시장에 계속 쌓여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셈이다.

반면 전세 공급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증부 월세(반전세)나 순수 월세 계약을 하는 게 집주인 입장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금을 빼주기 부담스러운 고가 전세 물건만 시장에 남는 등 전세 시장의 공급 구조가 바뀌면서 가격별·지역별로 차별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칸막이식 정부 지원 바꿔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주택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전세금이 올라도 과거처럼 주택 구매로 돌아서는 사람의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세 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로 돌아설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게 핵심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8·28 전·월세 대책에 이런 문제의식을 담았다. 새로 선보인 1~2%대의 저금리 장기 모기지(mortgage) 상품을 통해 여유 있는 계층이 집을 사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서는 정부가 일부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칸막이식 지원'을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기지 상품의 경우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전용 85㎡ 이하이면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달렸다. 자격과 주택 면적, 가격 등 삼중 제한을 둔 것이다. 지난 4·1 부동산 대책 때도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되는 신축·기존·미분양 주택 기준을 '전용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한정했다.

노희순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칸막이식 지원이 계속되면 정부 정책이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낳아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전·월세 시장에 대한 지원책을 넓히는 것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