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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격수 김상조 교수 초청한 진심

수미심 2013. 7. 18. 20:53

 

삼성, 재벌 저격수 김상조 교수 초청한 진심은

최종수정 2013.07.18 11:10기사입력 2013.07.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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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명진규

"쇼라고 치부해도 변해야 산다" 위기감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가 삼성그룹을 찾아 사장단들에게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다양하다.

삼성이 벌인 한편의 쇼라는 폄훼와 함께 변해야 산다는 삼성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강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지난 5월경 김 교수를 만나 사장단들을 위한 강연을 부탁하면서 성사됐다.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에게 사장단 대상 강연을 맡겼다는 점에서 경제개혁연대 내부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이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갖고 변하려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려 김 교수를 이용하려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김 교수는 고민 끝에 강연을 결정했다. 미래전략실에서 김 교수에게 부탁한 강연은 자유주제였다. 어떤 주제도 괜찮으니 김 교수가 하고 싶은 내용을 강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삼성 밖이 아니라 안에서 자신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 김 교수는 강연을 결정했다. 김 교수는 강연료로 다른 강연자들보다 훨씬 적은 50만원을 요청했다.

김 교수는 "삼성이 김상조도 초청할 정도로 변했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나를 이용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기업을 상대로 하는 시민연대 입장에서 기업이 대화를 요청했는데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설사 삼성이 나를 이용한다 해도 재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강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연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인 6월 19일 김 교수와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04년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헐값 매각 사건과 관련해 당시 삼성물산의 등기이사인 이건희 회장 등 8명과 차용규씨를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삼성측은 김 교수의 강연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 삼성 내부의 의견이었다. 예정된 강연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삼성은 사장단 회의가 진행된 지난 17일 오전까지도 이날의 강연 주제가 '경제민주화'라고만 답변했을뿐 누가 강의를 하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먼저 김 교수가 강연을 한다는 내용이 밖에 알려질 경우 '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삼성측은 김 교수가 직접 강연 취지와 내용에 대해 소개하도록 했다. 별도로 진행된 사장단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도 강연에 대한 간략한 소개만 했다.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삼성측에서 강연 내용을 얘기할 경우 왜곡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 교수를 강연자로 모신 이유가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삼성측에서 이런 얘기들을 하셨다고 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직접 강연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시길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 말미에서 "삼성이 한국사회의 예외적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고 한국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삼성의 리더십이 열린 광장으로 나와 사회 구성원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친 뒤 김 교수는 강연에서 말한 리더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에 성공하면 최고경영자(CEO) 자격이 있고 실패하면 자격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신뢰와 평판을 쌓아가야 리더십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 교수의 발언에 대해 그가 줄곧 반대해왔던 대기업 오너의 승계를 정당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 교수는 "승계의 정당화가 아니라 승계를 하려면 사회와 함께 소통하며 신뢰와 평판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교수는 "강연전 농담 비슷하게 삼성이 변했다고 생각할까, 김상조가 변했다고 생각할까 하는 얘기를 했는데 나는 삼성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변화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삼성그룹 사장단이 '재벌개혁의 전도사'로 잘 알려진 김상조(사진)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를 초청해 쓴소리를 들었다. 특히 평소 삼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김 교수를 삼성 최고경영진이 모두 모이는 사장단회의에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 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삼성이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평가와 비판이 공존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은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삼성은 재계의 맏형답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와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시대정신으로 떠올라 (관련된 문제들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일정한 선을 넘었다"면서 경제민주화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김 교수는 "거대담론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서 합리적인 제도와 효과적인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과제에 대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은 재벌개혁이 될 수 있지만 본령은 양극화 해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민주화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고 이를 삼성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사장단 모두 열심히 강연을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으려면 폐쇄된 곳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를 통해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정책은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세다'는 삼성 사장단의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 문제를 중심으로 한 입법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생각이 다른 부분들도 있지만 사장단 모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며 강연을 들었다"며 "김 교수를 사장단회의에 초청한 것 자체가 생각이 다른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