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내 뒷좌석엔 아무도 없었어요, 그때 충격이란.."
[숨진 中國 여고생들의 앞부분에 탑승했던 김지은씨 인터뷰]
"난 비행기 날개 위로 뛰어내려… 안전벨트 풀려 튕겨 나간 사람도"
"의자에 다리 낀 채 홀로 남아 발버둥쳐서 겨우 빠져나와
현장 벗어나려 무조건 뛰어… 소방대원들 온 뒤 다시 실신"
조선일보양승식 기자입력2013.07.09 03:17수정2013.07.09 03:33
"안전벨트가 일찍 풀려버린 사람들은 용수철에서 튀어오르는 것처럼
김지은(22)씨는 사촌 동생 예림(20)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행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타고 있었다. 미국 마이애미의 친척 집에 가려던 중이었다. 항공기가 착륙할 즈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체(機體)가 부딪히는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고, 곧 정신을 잃었다. 김씨가 앉은 자리는 날개 뒤쪽이었다. 뒷자리엔 중국인들이 있었다. 나중에 그 중국인들 중 앳돼 보이던 여학생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를 듣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너무 무서웠어요. 쾅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댔어요. 아비규환이었죠. 눈을 한 번 깜빡한 것 같은데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은씨는 "앞에 있던 의자들이 모두 뒤로 넘어지고, 짐칸에서 떨어진 가방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며 "거미줄처럼 얽혀 늘어져 있는 산소마스크를 허둥지둥 쓰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구멍 난 동체 사이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고 정말 큰일이 났다는 게 실감됐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지은씨는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며 "곧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의자 사이에 다리가 껴 일어설 수 없었고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빨리 뛰어내리라고 부르짖는 승무원들을 보며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란 걸 곧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은씨는 "일단 빠져나가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발버둥치면서 그냥 날개로 뛰어내렸다"고 했다. 지은씨는 간신히 다리를 빼고 뛰어내린 항공기 날개 아래엔 기체에서 떨어져 나온 날카로운 파편들이 가득했고 소방차에서 뿌린 액체로 질척거려 너무 미끄러웠다고 전했다. 일어서려다 바닥에 몇 번이나 넘어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탈출한 예림씨를 바로 옆에서 발견해 안도했지만 기체 충돌 때 좌석 팔걸이에 얼굴을 세게 부딪힌 예림씨의 얼굴엔 상처가 가득했다고 했다. 지은씨는 "예림이가 얼굴을 많이 다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일단 도망치고 봐야겠다고 생각해 예림이를 붙들고 화염에 휩싸인 사고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달렸다"며 "소방대원들이 온 뒤 다시 실신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3시 40분쯤 아시아나항공이 마련한 특별기편으로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77명 중 11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지은씨와 예림씨는 귀국 즉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은씨는 천신만고 끝에 귀국해 입원한 병실에서 "죽었다 살아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검사 결과 지은씨는 손가락이 탈골됐고 6번 척추를 다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버지 김제선(53)씨는 "교통사고만 나도 놀라는데 비행기 사고가 났으니 살아오기 어려울 거라 걱정했다"며 "천운"이라고 말했다. 예림씨는 코뼈와 광대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어 말을 하는 것도 힘겨워 했다.
지은씨는 입원 후엔 다소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어머니 이춘희(47)씨가 "완전 정신을 잃었구나. 예림이가 살려준 거야"라고 말하자 지은씨는 "아니, 내가 예림이를 살려준 거지"라고 받았다. 지은씨는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도와준 현지 자원봉사자들을 잊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특별기 편으로 귀국한 사고기 탑승자 중엔 신혼부부도 있었다. 결혼 1주년을 기념해 샌프란시스코 여행길에 나선 최민정(28)씨 부부는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탑승해 있었다. 최씨는 "착륙 4~5초 전 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는데 순간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며 "두 번의 충격이 있었는데 첫 번째 충격이 있은 후 창밖을 바라보니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고, 두 번째 충격 때는 온몸이 튕겨오를 정도로 충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여권도 챙기지 못하고 비행기 밖으로 탈출했다.
40대 주부 안은희씨는 아들·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안씨는 "처음 안내 방송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내 비상 탈출하라고 했다"면서 "좌석 중간에 있었는데 뒤에 앉은 사람이 많이 다쳤다"며 울먹였다. 한쪽 팔로 딸을 안고 가던 안씨는 "너무 놀라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했다.
황지원(29)씨 부부는 비행기 이코노미석 앞쪽에 앉았다. 황씨는 "처음으로 탈출했지만 그땐 이미 숨을 못 쉴 정도로 기내에 연기가 가득했다"고 했다. 황씨는 "아직 사고 충격은 그대로"라면서 오른손으로 왼쪽 갈비뼈 부분을 잡고 출국장을 나왔다.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게 튕겨나갔어요."
김지은(22)씨는 사촌 동생 예림(20)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행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타고 있었다. 미국 마이애미의 친척 집에 가려던 중이었다. 항공기가 착륙할 즈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체(機體)가 부딪히는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고, 곧 정신을 잃었다. 김씨가 앉은 자리는 날개 뒤쪽이었다. 뒷자리엔 중국인들이 있었다. 나중에 그 중국인들 중 앳돼 보이던 여학생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를 듣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 [조선일보]김지은씨가 8일 서울의 한 병원 침상에 누워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동진 인턴기자
↑ [조선일보]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기에 탑승했던 김지은(22)씨가 8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침대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오종찬 기자
↑ [조선일보]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지은씨는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며 "곧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의자 사이에 다리가 껴 일어설 수 없었고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빨리 뛰어내리라고 부르짖는 승무원들을 보며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란 걸 곧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은씨는 "일단 빠져나가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발버둥치면서 그냥 날개로 뛰어내렸다"고 했다. 지은씨는 간신히 다리를 빼고 뛰어내린 항공기 날개 아래엔 기체에서 떨어져 나온 날카로운 파편들이 가득했고 소방차에서 뿌린 액체로 질척거려 너무 미끄러웠다고 전했다. 일어서려다 바닥에 몇 번이나 넘어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탈출한 예림씨를 바로 옆에서 발견해 안도했지만 기체 충돌 때 좌석 팔걸이에 얼굴을 세게 부딪힌 예림씨의 얼굴엔 상처가 가득했다고 했다. 지은씨는 "예림이가 얼굴을 많이 다친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일단 도망치고 봐야겠다고 생각해 예림이를 붙들고 화염에 휩싸인 사고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달렸다"며 "소방대원들이 온 뒤 다시 실신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3시 40분쯤 아시아나항공이 마련한 특별기편으로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77명 중 11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지은씨와 예림씨는 귀국 즉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은씨는 천신만고 끝에 귀국해 입원한 병실에서 "죽었다 살아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검사 결과 지은씨는 손가락이 탈골됐고 6번 척추를 다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버지 김제선(53)씨는 "교통사고만 나도 놀라는데 비행기 사고가 났으니 살아오기 어려울 거라 걱정했다"며 "천운"이라고 말했다. 예림씨는 코뼈와 광대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어 말을 하는 것도 힘겨워 했다.
지은씨는 입원 후엔 다소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어머니 이춘희(47)씨가 "완전 정신을 잃었구나. 예림이가 살려준 거야"라고 말하자 지은씨는 "아니, 내가 예림이를 살려준 거지"라고 받았다. 지은씨는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도와준 현지 자원봉사자들을 잊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특별기 편으로 귀국한 사고기 탑승자 중엔 신혼부부도 있었다. 결혼 1주년을 기념해 샌프란시스코 여행길에 나선 최민정(28)씨 부부는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탑승해 있었다. 최씨는 "착륙 4~5초 전 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는데 순간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며 "두 번의 충격이 있었는데 첫 번째 충격이 있은 후 창밖을 바라보니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고, 두 번째 충격 때는 온몸이 튕겨오를 정도로 충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여권도 챙기지 못하고 비행기 밖으로 탈출했다.
40대 주부 안은희씨는 아들·딸과 함께 가족여행을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안씨는 "처음 안내 방송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내 비상 탈출하라고 했다"면서 "좌석 중간에 있었는데 뒤에 앉은 사람이 많이 다쳤다"며 울먹였다. 한쪽 팔로 딸을 안고 가던 안씨는 "너무 놀라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했다.
황지원(29)씨 부부는 비행기 이코노미석 앞쪽에 앉았다. 황씨는 "처음으로 탈출했지만 그땐 이미 숨을 못 쉴 정도로 기내에 연기가 가득했다"고 했다. 황씨는 "아직 사고 충격은 그대로"라면서 오른손으로 왼쪽 갈비뼈 부분을 잡고 출국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