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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카드’ 꺼낸 이유는

수미심 2022. 4. 15. 08:43

여야, ‘검수완박’ 놓고 연일 충돌… 尹 ‘한동훈 카드’ 꺼낸 이유는

입력 : 2022-04-15 06:00:00 수정 : 2022-04-15 08:16:27

박범계, 검수완박 놓고 거센 설전

민주당 “朴, 수사지휘권 행사해야”

국민의힘 “검찰청 문 닫게하려 해”
朴 “檢, 文대통령 수사 마땅하냐”

“문고리 소통령” “이재명 방탄법”
여야,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갈등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14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놓고 난타전을 이어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거센 설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번 인선 발표가 검수완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강조하며 한 후보자를 “암 덩어리”에 비유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는 한편 “검수완박은 민주당의 권력형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와 기소 분리는 위헌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헌법 12조가 근거라는데 (국민의힘이나 김 총장과 같은) 헌법 해석을 누가 하느냐. 진짜 헌법 공부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과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이 헌법 12조 3항에 전제된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것이라 위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에 검찰의 수사권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전관예우가 심각했다”며 “적어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점을 들어가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수사를 대못질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조수진 의원은

“대통령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검찰청 문을 닫아버리겠다고 한다”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몸통인 대장동 부패 수사를 대못질해, 수사를 못 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이 “검찰이 문 대통령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냐”고 받아치며

두 사람은 서로 고성을 주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 후보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 지명을 두고 “실질적 2인자, 문고리 소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의 전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은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맞대응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난 5년 동안 쌓아 올린 민주당의 권력형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그는 “검수완박은 국민이 피해를 보는 ‘국민 독박’이고 범죄자만 혜택을 보는 ‘죄인대박’”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무제한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반대하면서도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과 검찰의 동일체를 상징하고 검찰공화국의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는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다.

정의당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세력으로 떠올랐다.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110석)이 민주당(172석)의 검수완박 입법을 막기 위한 최후 보루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데, 정의당(6석)이 협조할 경우 법안 처리를 지연할 여지가 생긴다. 권 원내대표는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를 예방해 “정의당답게 독자노선을 고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서울남부지검 초임검사 A씨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에 상설특검 발동권 ‘검수완박’ 돼도 대장동 수사 가능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치 정국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향후 법무·검찰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일단 이번 인사는 검수완박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상쇄할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무장관이 독자적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어 사실상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은 유지되고, 폐지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능까지 흡수하게 되면 법무장관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 국회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개별적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특검을 가동할 수 있게 한 상설특검 제도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상설특검을 이용하면 검찰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 활로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특검은 사회적 논란이 된 소수 사건에 국한되고,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대부분 형사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수완박을 무력화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후보자는 대장동 상설특검에 대해 “상설특검은 제도화된 문제를 어떤 권한을 행사할까 하는 문제인데, 구체적 사안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경솔하다”고 말을 아꼈다.

 

법무부가 윤 당선인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능을 어떤 식으로 흡수할지도 관심이다. 민정수석실의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사정(司正) 기능을 이어받으면 차기 법무장관의 권한은 더 막강해진다. 통상 민정수석실, 법무장관, 검찰총장이 협의해온 검찰 인사와 예산 결정에도 법무장관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후보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이 같은 우려와 함께 “문재인정부 법무부를 전면으로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해 “전면 부인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서울남부지검 초임검사의 빈소를 찾아 이같이 말하고, 검수완박 등 현안에 대해선 “조문하러 온 자리”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법무장관의 등장을 앞두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김수현 통영지청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 검사가 검수완박에 대한 반발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날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지청장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총무부장,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그는 한 후보자를 향해 “혹시라도 지난 정권에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능력은 출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 ‘윤핵관’ 검사로 불릴 수 있는 특정 세력에 편중된 인사를 해 검수완박이라는 외부 족쇄에 더해 격렬한 내부분열이라는 위험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金, 법사위장 만나 반대 의견서 전달 김오수 검찰총장(왼쪽)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에서 박광온 위원장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서류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간 김오수 “교각살우 잘못 되풀이 말라” 검사들은 ‘검수완박 위헌성’ 강조 여론전 집중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4일 여의도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 법안을 심의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광온 위원장(민주당)과 법사위원들을 만나 읍소했다. 대검찰청은 언론 브리핑을 자처해 검수완박의 폐해와 해외사례 등을 들며 여론전에 나섰다.

 

◆김오수 “특별법 제정 가능”… 검수완박 대안 제시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 위원장 면담 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을 향해 “교각살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만 시정하면 되고 특별법을 제정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김 총장은 면담에서 법사위에서의 발언 기회를 요청했고, 박 위원장은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총장의 법사위 출석이 성사되면 검찰총장이 상임위 법안 심사에 출석하는 첫 사례가 된다.

 

대검은 전날 김 총장 기자간담회에 이어 이날 검수완박 폐해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자청했다. 문홍성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은 “검찰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의 수사는 증발되지만, 범죄는 그대로 남아있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대장동 비리,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사건 등의 수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쏟아지는 ‘수사 불공정성’ 비판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문 검사장은 △수사 전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결 귀속력 증대 △인권보호 관련 법령 준수 사항 점검 등을 언급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폐지’와 관련해 “수사 투명성이 제고되고 국민 알 권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검찰은) 수사 공정성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한 대답으로 보인다.

 

전국 평검사회의 일정이 오는 19일로 확정되면서 검찰의 집단 행동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2020년 1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로 평검사회의가 열린 지 1년5개월 만으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이 주된 논의 사항으로 전해졌다.

 

◆“검수완박은 위헌”… 학계도 ‘설왕설래’

 

검찰은 검수완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대국민 호소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김 총장은 “4·19혁명 이후에 헌법에는 수사의 주체를 검사만으로 하고 있다”며 검찰의 영창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3항을 내세웠다. 김 총장은 영장청구가 곧 강제수사를 위한 행위이므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면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이 만들어진 취지를 살펴보면, 그 조항을 만들 땐 당연히 검사가 수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분석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주체를 검사로 한정한 이유는 경찰에 대한 통제뿐 아니라 수사지휘의 의미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개인적으로 검수완박엔 반대하지만, 수사와 영장청구 주체가 다른 경우는 이미 많이 있다”며 “검찰이 수사를 못한다고 해서 영장청구권까지 박탈된 것이라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민영·박미영·이동수·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