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후보직을 중도 사퇴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가 대선 등 굵직한 선거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불안한 어음’보다는 윤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인자’ 자리를 선택하며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안 후보의 이른바 ‘양보의 역사’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등장했던 안 후보는 그해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에게 조건 없이 후보직을 양보했다. 약 50% 지지율을 보인 안 후보가 5% 지지율인 박 후보에게 후보직을 선뜻 내주면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없던 신선한 충격’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의 이런 행보에 찬사가 쏟아졌고 단번에 강력한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철수 정치인’이라는 오명이 붙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도 양보를 선택했다. 대선을 불과 26일 남긴 상황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자리를 내준 것이다.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파열음 등으로 ‘아름다운 단일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 후보도 대선 당일(12월 19일)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났다.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야권후보 자리를 두고 처음으로 단일화 경선을 치렀다. 앞선 두 차례 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경선에서 안 후보는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석패했다. 이에 안 후보는 경선 결과에 전적으로 승복하며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오 시장과 함께 유세현장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승리에 기여했다.
안 후보가 또다시 중도 하차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장기적인 전망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후보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뛰어넘는 제안을 안 후보에게 한 것 같다”면서 “지방선거와 총선 공천권, 내각 구성권, 당내 지분, 국무총리직 등을 약속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이어 “안 후보의 관심사는 미래이며 그 미래는 차기 대선”이라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있어 민주당보다는 윤 후보와 손을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