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배신했다"..'단일화 날벼락'
"철수가 배신했다"..'단일화 날벼락' 맞은 안철수 지지자들 격앙
安 팬카페 '안국모' 회원들 "탈퇴하겠다" 성토
"4번 찍겠다" "이재명 찍겠다" "기권" 등 표심 흔들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제발 만우절이라고 해주세요."
"이렇게 된 이상 윤석열을 찍느니 차라리 이재명을 찍으렵니다."
"투표 기권하겠습니다. 더 이상 정치에 신물이 납니다."
제 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새벽,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발칵 뒤집혔다.
정치권 안팎의 거듭된 단일화 요구와 압박에도 안 후보가 "단일화는 이제 결렬됐다"며 완주 의사를 여러차례 공식적으로 밝혔기에 충격이 더 커보였다. 안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는 3일 서울 지역 집중 유세 일정이 올라와 있었다.
안철수 팬카페 '안국모' 단일화에 '충격'..."10년 지지자에 대한 배신"

때문에 안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안 후보 대표 팬카페로 알려진 '안국모' 커뮤니티에는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가 말하는 거 듣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등등 갑작스럽게 전해진 단일화 합의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공식화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은 분노로 바뀌기도 했다.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을 토로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특히 안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협상 도중 일방적으로 후보직 사퇴에 나선 것을 떠올리며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또 철수냐", "10년을 조롱 받으며 안철수 지키기에 애써온 지지자들에게 이건 배신이다. 철수의 정치인이 아니라 배신의 정치인이다", "안철수 지지 평생 철수한다", "양당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나 안 후보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큰 당으로 들어가버리면 국민의당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 "오늘부로 정치에 관심 끊고, 팬 카페도 탈퇴하겠다" 등등 안 후보의 단일화 결정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일부 지지자 "당 내부서도 단일화 압박 많이 받았을 것" 옹호

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만큼 단일화 시너지에 회의적 반응도 나왔다. 안 후보 지지자들의 표심이 윤 후보로 오롯이 옮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표심은 말그대로 요동쳤다. "안철수 후보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투표장에서 윤석열은 뽑지는 못할 것 같다"거나 "안 후보의 도덕성, 능력을 보고 지지했는데 그런 내 손으로 윤석열은 도저히 어렵다" 등등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한편에선 "윤석열 후보를 찍느니, 차라리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 "그대로 4번(안철수 후보)을 찍고 사표로 만들겠다", "기권한 김동연 후보를 찍겠다"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일부 지지자들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단 배경을 분석하며 안 후보 옹호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압박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정치는 현실이지 않느냐"거나 "지지율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 양강 후보로 지지율이 뭉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다"면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