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역에서 분천역, 세평 하늘길 걷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세평 하늘길을 걷다
이보환 입력 2022. 02. 11. 17:03 댓글 0개▲ 와유곡 가만히 누워 마음으로 유람하는 골짜기. 승부역에서 걷다보면 분천역을 1.7키로미터 남겨두고 와유곡이 있다. |
붉은 하늘이 시작을 알린다. 플랫폼을 가득 채우는 찬바람과 함께 기차가 멈춘다.
"다음 도착지는 승부역, 승부역입니다."
오늘 내 발길이 닿을 곳은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이다.
낙동정맥트레일은 강원도 태백시의 구봉산에서 부산광역시 다대포 몰운대에 이른다.
산줄기의 이름인 '낙동정맥'과 트레킹길 중 산줄기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조성하여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을 지칭하는 '트레일(Trail)'이 합쳐진 말이다.
경북의 봉화에서 청도에 이르기까지 10개 시군의 낙동정맥 주변을 잇는
역사· 문화 자원을 연계한 숲길이다.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승부역' ...역 안내 표지판을 읽으며 세평의 의미가 궁금하다.
주변이 산으로 감싸 눈에 들어오는 하늘이 크지 않다는 것을 '세평(3坪) 하늘'로 표현했다.
세평 하늘은 아담한 하늘이구나! 긴장된 몸을 달래주기 위해 허리를 펴 하늘을 올려보니
세평의 하늘이 만석꾼 부럽지 않다. 높고 선명하다.
승부역을 나와 표지판을 따라 걷는다.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은 승부역에서
배바위 고개, 비동마을을 거쳐 분천역까지 9.9㎞ 코스다. 숲길 시작을 백호 조형물이 반긴다.
호랑이 기운을 받았으니 오늘 컨디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꽁꽁 언 계곡은 산골마을의 혹독한 겨울을 실감나게 한다.

▲ 배바위고개 오르막길 승부역에서 배바위고개를 오르는 길은 음지라서 얼음길, 눈길이다. |
아빠 새가 엄격한지 새소리는 담장 밖을 넘지 않는다.
소곤소곤 작게 소리내지만 울림은 산속을 가득 채우는 깊이가 있다.
숨고르기가 필요할 때 배바위 고개에 도착했다. 배바위 고개는
1968년 11월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우리 군경에 쫓겨 월북을 기도하던 일당들의 이동경로라고 한다.
6.25 당시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는 이 산골마을이 무장공비 이동경로였다니.
비동마을로 향하는 길은 따뜻한 양지다. 쌓인 눈이 햇빛을 만나 반짝반짝 빛난다.
바람없는 양택에 자리를 펴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걷는다.
햇볕에 살짝 녹은 계곡 얼음 사이 틈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개울 속 물고기의 하늘도 세평일까?' 그렇다면 물고기도 만석꾼이 될 수 있겠구나!


행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세평하늘길은 낙동정맥트레일과 일부 겹친다.
곳곳에 잘 정비된 표지판이 든든한 우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