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마지막 지게꾼인데.."흔들바위까지 2만원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인데..
"흔들바위까지 2만원, 비룡폭포 6천원" 씁쓸
김수형 입력 2022. 02. 10. 05:26 수정 2022. 02. 10. 05:29
[OSEN=김수형 기자] ‘유퀴즈’에서 재야의 교수들을 만난 가운데,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 선생을 만났고,
그가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에 유재석은 먹먹하면서도 존경심을 표해 지켜보는 이들까지 숙연해지게 했다.
9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더 블럭(유퀴즈)’에서 재야의 고수 편이 그려졌다.
이날 재야의 고수편이 그려진 가운데 재야의 무림고수인 현실판 황비홍, 정도사가 출연했다.
그는 “흰 구름 속에서 잘 노는 사람, 약초 가꾸며 신선처럼 살고있다”며 웃음 지었다.
특히 무술을 수련하고 있다는 그는 귀농을 한 후 30년 넘게 동방무술만 50여가지를 한다고 했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 고수의 경지에 이른 그였다.
이어 그는 기본적인 무기로 ‘도검곤창’이라며 “쌍절곤, 구절편, 청룡도 등 18가지 이상 다룬다”고 했고
이를 즉석에서 선보이며 고수다운 아우라를 뽐냈다. 어떻게 무술을 연마했는지 묻자
그는 “황비홍 무사 안중근 의사를 존경한다”며 어릴 때부터 꿈을 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엔 12년간 항해사로 외항상선을 탔다며 “오대양 육대주, 해상 200만 마일,
지구 36바퀴 돌고, 87개국 항구를 돌았다”며 어마어마한 이력을 전했다.
정도사는 “그렇게 해서 12년 세월이 다 가버렸다”며
“처음엔 재밌었는데 외롭다보니 질리고 몸이 안 좋아졌다”며
두 번이나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정도사는 “그 후배에서 내려 산에 들어가게 됐다”며 계기를 전했다.

수련을 계속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버지가 건강했는데 나중에 치매가 와서 돌아가셨다,그렇게 강했던 분이 약해지니 마음이 안 좋더라”며 “이 세상 떠날 때까지 운동을 꾸준히 하려한다, 나이가 드니 더 부지런히 움직이려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가 고수가 되려는 이유는 어릴적 꿈때문, 인생 금방 지나가는데 그냥 살기 위함이면 허망하다, 좋아하는 것 하며 100세때 날아다니고 싶다”며 “다른게 부자가 아니다, 이것이 무공이다”며 여전히 갖고 있는 어릴 적 꿈을 전했다.
정도사는 “난 어릴 때와 마음이 비슷해요, 지금도 꿈이 많아요, 눈치 볼 시간이 없다, 인생이 금방 지나가니까”라며 “남이야 뭐라든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하니까”라고 말해 뭉클하게 했다.
다음은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 선생이 출연했다. 짐 나르는 일만 45년째했다는 그는 “16세부터 시작했다, 금년 65세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래 일하는 사람이 60명이 넘었는데 산장 휴게소가 철거되어 유일하게 혼자서 일하고 있다”면서 “초창기는 130kg 도 올려, 흔들바위까지 냉장고를 들고 오르기도 했다”고 말해 모두를 깜작 놀라게 했다. 키는 158cm의 62kg인 그가 자신의 몸보다 두 배인 무게를 견뎠다는 것.
그는 “아무나 못하는 일, 초능적인 힘을 갖고 있다더라”면서“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다, 피멍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바로 “사람마다 달런드, 다 재능이 있다고해, 짐을 지더라도 지치지 않고 딱 밸련스에 맞춰, 빈 몸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등산객들이 먹을 것들을 흔들바위에서 대청봉까지 6시간 걸려 옮기기도 했다는 그는 거리마다 받는 금액이 다르다고 했다. 흔들바위 2시간에 2만원, 비룡폭포는 1시간 반에 6천원이라고. 평지라 오르막이 없어 저렴한 것이라고 했다. 평균 8천원을 받으며 높은 산을 오르는 그지만, 한 겨울에도 가격은 변함이 없다고 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비선대를 하루 다섯번 왕복 오르기도 한다고. 대청봉은 왕복 하루 10시간이라고 했다.
모두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인이 박였기에 견딜만하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게 힘들어, 모든게 그렇더라”며 “높은 산은 골이 깊어, 그게 인생살이”라며 산 만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고, 유재석도 “인생도 그렇다, 내려올 때 잘 내려와야하고 조심히 내려와야한다, 그러네요”라며 공감했다.
가장 힘든 곳을 물었다. 양폭산장이 3시간 넘는 계곡길이라고. 오르막 경사가 90도될 것이란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임기종 선생은 “짐을 올리기엔 기어 올라가다시피 하는 것”이라면서 “집에 가면 뻗을까 싶지만 오히려 더 힘이 난다,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며 웃음 지었다. 끝까지 혼자 남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오를 사람 없으니 나라도 남아서 올려줘야죠, 70세까지는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묵묵히 내 갈길을 가고 있다”고 해 먹먹하게 했다.

원래 꿈은 마라토너였다는 그는 “어린시절 3일을 굶은 적 있어, 굉장히 어렵게 태어났다 뛰는 건 자신있는데 형편이 안 돼 못 뛰었다”며 황영조 선수가 부럽다고 했다. 지게지는 일 시작한 것도 먹고 살기위해 했다는 것.그는 “굶어 죽을 판이라,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시작한 일, 초5학년에 중퇴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 남의 집에 얹혀살다가 등짐을 지게 됐다”고 했고,그의 사연을 들은 유재석은 “선생님 얘기를 듣고 있지만 얼마나 힘들고 고되셨을지 생각이 든다”며 울컥했다.
그래도 직업 선택 잘했다고 웃음 짓는 임기종 선생은 “설악산이 크지 않나, 큰 사업장이다”면서 “설악산은 내 부모, 품어주고 안아주니 내 부모라 느껴지더라,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려 잎사귀를 내려, 인생살이와 똑같다”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하지만 그 마저 요즘은 산장이 폐쇄해 일이 없어 공사장도 나간다고 했다. 아내는 장애가 있어 장애수당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내부 철거 일을 간간이 한다는 근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1억이란 말에 모두를 숙연해지게 했다. 그는 “애들 간식과 독거 노인들 가정을 돌봐,24년간 노인들을 챙겼는데 이제 다 돌아가셨다”면서 “애가 객지에 있어 같이 살고 싶다, 84년생인데 말을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지적 장애로 보호시설에 있는 아들을 언급했다. 떨어진지 20년 째라고. 그는 “보호시설에 간식거리 가져다주면 아이를 잘 챙겨줄까 싶어서아들을 생가하며 시작한 기부, 온전히 못해줘 미안하다, 다시 태어나면 행복하게 살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있어라”고 말해 눈물 짓게 했다.
그러면서 넉넉지 않은 상황에도 기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나 쓰고싶은거 안 썼다, 남한테 기부하는게 기분이 좋더라”며 웃음 지어 먹먹함을 안겼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일 하고 싶은지 묻자 임기종 선생은 “머리 좋은데 배우지 못한 친구에게 장학금 주고싶다,다시 태어난다면 마라톤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고, 유재석은 “선생님 얘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며 숙연해지는 분위기를 보였다.유재석은 “이 시대 진짜 장인이고 슈퍼맨 ,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송 끝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저녁이다”며 감동하며 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